[대구세계육상] 번외 경기지만… 한국, 휠체어에서 첫 메달
입력 2011-09-04 18:14
정규 종목에서 노메달에 그친 한국이 이벤트 종목에서는 잇따라 메달을 거머쥐었다. 대회 8일째인 3일 남자 휠체어 T53 400m에 출전한 유병훈(39)과 정동호(36)가 나란히 2, 3위를 차지하며 은메달과 동메달을 목에 걸었다. 비록 메달 공식 집계에는 포함되지 않는 번외경기였지만 대구스타디움을 가득 메운 3만5000명의 관중은 이번 대회 처음으로 태극기가 게양되는 모습을 지켜보며 뜨거운 함성을 보냈다.
세계 랭킹 3위인 유병훈은 극적인 막판 스퍼트로 세계 1위인 호주의 리처드 콜먼(49초36)에 이어 2위(50초69)로 결승선을 통과했다. 스타트가 늦었던 유병훈은 마지막 350m 구간까지 4위를 기록하며 중하위권에 머물렀지만, 직선주로에서 폭발적인 힘을 발휘하며 2위까지 치고 올라섰다.
유병훈은 “TV 중계도 있고 관중도 많다 보니 긴장한 게 사실이다. 이 때문에 초반 스타트가 늦었다”며 “그래도 패럴림픽(장애인 올림픽)보다 더 큰 함성을 들으며 경기를 하게 돼 힘이 났다”고 밝혔다.
3위 역시 세계 5위인 정동호가 차지했다. 50초76을 기록한 정동호는 “홈 팬들의 큰 함성을 들으니 기분이 좋아 더 열심히 할 수 있었다”고 말했다.
이어진 여자 T54 800m에 한국 대표로 나선 강경선(29)은 2분33초18로 꼴찌인 8위에 머물렀지만, 전문 휠체어 선수가 아님에도 끝까지 완주하는 모습에 관중들로부터 뜨거운 박수를 받았다.
국제육상경기연맹(IAAF)과 세계장애인올림픽위원회(IPC)는 2005년부터 장애인 체육 활성화를 위해 세계육상선수권대회에서 남녀 장애인 종목을 한 개씩 편성해 왔다. 한국은 개최국 자격으로 이번 대회에 T53과 T54를 지정했다. T는 트랙, 53·54는 장애 정도를 나타내며 뒤의 숫자가 커질수록 장애 정도가 약함을 의미한다. T53은 척추의 기능이 많이 손상돼 허리 사용이 불편한 선수들이, T54 종목은 보통의 몸통 기능과 팔 기능을 갖춘 선수들이 휠체어를 타고 출전한다.
김수현 기자 siempre@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