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육상 무엇을 남겼나-(상) 기록 흉작, 그러나 절반의 성공] 스타들 줄줄이 몰락

입력 2011-09-05 08:51


‘데일리 프로그램의 저주(Curse of the Cover)’

대구 세계육상선수권대회 기간 내내 화제가 됐던 이 단어는 전반적으로 신기록 달성이 저조했던 이번 대회의 성격을 단적으로 보여준다. 조직위원회는 대회 기간 중 그날을 대표할 만한 스타를 뽑아 ‘데일리 프로그램(Daily Programme)’의 표지 모델로 선정했는데 모델로 선정된 당사자들 대부분 기대에 못 미치는 플레이를 선보이며 이변의 희생자가 됐다.

가장 충격을 안겨준 스타는 이번 대회 하이라이트인 남자 100m에서 부정 출발로 결승 무대를 뛰어보지도 못한 우사인 볼트(25·자메이카)였다. 전·현 세계기록 보유자와 이번 시즌 최고 기록 보유자 간 대결로 관심을 모았던 남자 110m 허들 역시 다이론 로블레스(25·쿠바)의 실격으로 빛이 바랬다.

‘미녀새’ 옐레나 이신바예바(러시아) 역시 기대에 못 미치며 정상 회복이 쉽지 않음을 보여줬다. 장거리 무적으로 불렸던 케네니사 베켈레(에티오피아)는 부상으로 인해 5000m와 1만m에서 모두 정상에 오르지 못했다. 여자 높이뛰기의 또 다른 미녀 스타 블랑카 블라시치(28·크로아티아)도 안나 치체로바(29·러시아)에 일격을 당하며 체면을 구겼다.

스타들의 몰락에 따라 기록 역시 저조했다. ‘마법의 양탄자’로 불리던 몬도 트랙을 깔아 트랙 종목에서 각종 기록이 쏟아질 것으로 기대했으나 4일 마지막 경기였던 400m 계주에서 볼트를 포함한 자메이카 대표팀이 세운 세계 신기록이 유일하다. 이외에 대회 후반에 여자 창던지기(71m99)와 여자 100m 허들(12초28)에서 대회 신기록 두 개가 나온 것도 그나마 위안거리였다.

한국 선수단 역시 안방에서 열린 대회에서 세 번째 노메달 개최국이 되는 아쉬움을 남겼다. 특히 한국은 세계육상선수권대회를 개최한 나라 중 역대 세계선수권대회에서 단 하나의 메달도 따지 못한 유일한 국가로 이름을 올리는 불명예를 뒤집어쓰게 됐다. ‘10-10’ 목표를 내세웠지만 실제 톱 10에 진입한 선수는 남자 경보 20㎞에서 6위에 오른 김현섭(26·삼성전자), 남자 경보 50㎞에서 7위에 랭크된 박칠성(29·국군체육부대)이 유이했다.

하지만 이런 아쉬움에도 불구하고 이번 대회가 육상 불모지나 다름없는 한국에서 육상 발전의 전기가 됐다는 점은 위안거리로 삼을 수 있다. 또 대회 기간 중 자원봉사자들의 헌신과 관중들의 성숙한 관전 태도 또한 높은 평가를 받을 만하다. 오동진 대한육상경기연맹회장은 “열심히 준비했지만 세계 수준이 높았다”며 “내년 런던 올림픽을 앞두고 경보, 마라톤, 장대높이뛰기 등 틈새 종목을 집중 지원하겠다”고 밝혔다.

대구=김현길 기자 hgkim@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