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세계육상] ‘살비’ 2인방의 감회 “결승선을 통과한 선수들이 울고 쓰러질 때 가슴 뭉클”

입력 2011-09-04 18:03


“9일 동안 선수·관중들과 함께 뛰었습니다.”

4일 오후 3시쯤 대구스타디움 믹스트 존(Mixed Zone)으로 이번대회 마스코트 ‘살비’가 나타났다. 하지만 앞이 잘 보이지 않는 듯 안내자의 팔에 이끌려 조심스럽게 걸음을 옮겼다. 살비들은 지하 깊숙이 들어와 사람이 없는 것을 확인하고 나서야 탈을 벗었다. 드러난 얼굴은 땀범벅이었다.

대회 기간 동안 마스코트 옷을 입어 관람객과 선수들로부터 인기를 끈 장홍준(22·대구대 특수교육과), 강진혁(20·대경대 연예매니지먼트공연이벤트과)씨. 이들은 9일 동안 살비로 살았다.

이들은 살비로 활동하는 것이 아주 힘들었다고 입을 모았다. 장씨는 “살비 의상이 2개뿐이라 3명이서 오전, 오후 일정을 소화하려면 세탁할 시간도 없다”며 “무덥고 습한 날씨에도 신비감을 위해 항상 탈을 쓰고 있어야 했다”고 고충을 밝혔다. 강씨도 “아이들이 때리고 괴롭혀 도망 다니기 바빴다”고 밝혔다. 이렇다 보니 나름 노하우도 생겼다. 장씨는 “아이들이 많은 쪽으로 잘 가지 않는다”고 귀띔했다.

일정이 있어 인터뷰에는 함께 하지 못했지만 우승자들의 세리머니 보조를 전담했던 신재원(27)씨도 전화를 통해 “선수들마다 세리머니가 제각각이라 맞춰주는 것이 쉽지 않았다”며 “특히 국기를 들고 트랙 달리는 선수를 따라 뛰는 것이 제일 힘들었다”고 전했다.

힘들었지만 선수들을 가까이서 보면서 느낀 점이 많았단다. 장씨는 “마라톤, 경보 담당이었는데 결승선을 통과한 선수들이 울고 쓰러지는 것을 보니까 가슴이 뭉클했다”고 회상했다. 강씨는 “볼트가 부정 출발로 실격한 모습을 경기장에서 지켜보면서 안타까웠다”고 전했다.

아쉬운 점도 있었다. 강씨는 “나중에 내 아이들한테 아빠가 국제대회 마스코트로 활동했다고 자랑하고 싶은데 탈을 쓰고 있는 사진 때문에 증명하기가 쉽지 않을 것”이라고 웃으며 말했다. 이들이 살비 탈을 쓴 계기는 지인의 소개, 응모 등 조금씩 달랐지만 살비로 최선을 다했다는 점은 같았다. 이들은 “사람들이 우리를 보고 즐거워하는 모습을 보면서 보람을 느꼈다”며 “대회가 끝나 이제 많은 사람들을 만날 수 없다고 생각하니 너무 아쉽다”고 입을 모았다.

대구=최일영 기자 mc102@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