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세계육상] 지역 문인 오철환 씨가 본 이번 대회… “누가 육상은 재미없다고 말했던가”
입력 2011-09-04 18:03
세계육상선수권대회는 올림픽, 월드컵축구와 함께 세계 3대 스포츠 축제라고 한다. 이렇게 큰 대회를 정부 등이 강 건너 불구경하는 통에 유치에서 준비까지 대구만 외롭게 고군분투했다. 평창 동계올림픽 유치에 보낸 열의와 관심에 비한다면 대구 세계육상선수권대회는 정말 서자 취급을 받았다.
그렇거나 말거나, 8월 26일 전야제는 성공적으로 치러져 대회의 성공을 예감하게 했다. 두류공원 야구장을 가득 메운 관중들은 질서정연하게 관람하고 열렬히 호응했다. 유명 가수들의 공연과 불꽃놀이는 환상적인 기쁨을 선사했다.
8월 27일, 드디어 대회의 막이 올랐다. 6만여 석의 대구스타디움을 가득 메운 관중은 감동 그 자체였다. 감동은 개막식이 끝난 후로 이어졌다. 대거 빠져나갈 줄 알았던 관중은 그대로 자리를 지켰다. 100m 예선, 투포환, 멀리뛰기, 높이뛰기 등이 주경기장 요소요소에서 난해하게 진행되고 있었지만 관중들은 하나도 놓치지 않고 지켜보다가 그 때마다 뜨거운 반응을 보여줬다.
대구 시민이 자랑스러웠다. 위대한 대한민국의 저력이 거기에 있었다. 대한민국이 경제만 고속 성장한 졸부국가가 아님을 대구시민은 확실히 세계에 보여줬다. 그것은 강제되었거나 꾸밈이 없는 모습임을 그들은 잘 알고 있었다.
우리 선수가 없음에도 불구하고 파도 응원을 하고 아나운서의 ‘쉿’하는 소리에 숨을 죽였다. 모두가 모두에게 감동을 느꼈다. 국제육상경기연맹(IAAF)의 어떤 관계자는 대구의 기적이라고 말했다. 기적은 계속 이어졌다. 평일이었지만 관중은 가득했다. 육상은 재미없다고 누가 말했던가? 관중들은 수준 높은 안목으로 육상의 진면목을 보고 즐겼다. 도로경기인 경보와 마라톤에서 보여준 길거리 관중의 응원 열기와 관전 매너는 그 중 으뜸이었다.
대회는 9월 4일 경기장을 가득 메운 관중과 함께 폐막식을 갖고 그 대미를 장식했다. 비록 기록은 풍성하지 못하였다고 하나 역대 대회 중 가장 역동적이고 모범적인 대회로 기록되리라 확신한다. 그 공은 모두 대구 시민의 몫이다.
오철환(소설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