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국 다시 산울림 음악으로 돌아왔죠”… 김창완 밴드, 3번째 음반 ‘단 잇(Darn It)’ 발표
입력 2011-09-04 17:46
삼형제 밴드 ‘산울림’은 가요사 족보를 새로 쓰게 만들었다. 솔직담백한 노랫말, 파격적이면서도 서정성이 묻어나는 멜로디, 꾸밈없는 보컬…. 1977년 발매된 이들의 데뷔 음반은 도저히 계보를 찾아볼 수 없는 음악으로 채워져 있었다. 산울림의 신선한 등장은 당대를 뒤흔들었다.
2008년 1월 팀의 막내 김창익이 교통사고로 숨지면서 산울림의 음악은 5인조 록밴드 ‘김창완 밴드’에 계승됐다. 산울림의 맏형 김창완(57)이 이끄는 팀이다. 최근 이 밴드는 세 번째 음반 ‘단 잇(Darn It)’을 발표했는데, 팬들 사이에선 “산울림이 돌아온 것 같다”는 평가가 나온다.
김창완 역시 팬들의 이런 의견에 동의한다. 최근 서울 서교동 한 카페에서 만난 그는 “결국 다시 산울림 음악으로 돌아오게 됐다”고 했다. 그는 “김창완 밴드 1, 2집에서는 나의 역할을 일부러 축소했지만 이번에는 내 의견을 적극적으로 담았다”며 “이번 음반이 ‘산울림적이다’라는 말이 나오는 건 이런 부분 때문일 것”이라고 덧붙였다.
그러면서 그는 음반에 실린 ‘아리랑’이 갖는 의미를 거듭 강조했다. ‘아리랑’은 공허한 분위기 속에 기타와 북소리가 여백을 휘저어가는 독특한 분위기의 연주곡이다. 총 6곡이 실린 앨범에서 나머지 5곡이 “(산울림의) 일기 같은 노래”라면 ‘아리랑’은 “내일을 향한 첫 걸음”이라고 그는 설명했다.
“세계 유산으로도 손색없는 선율을 가진 게 ‘아리랑’이에요. 시간이 흐른 뒤에도 보편성을 갖는 음악이죠. 후대들과 연결 고리가 될 음악이기도 해요. 저한테 ‘아리랑’은 숙제였어요. 이번에 만든 ‘아리랑’은 ‘아리랑’ 록 버전의 전형이 될 겁니다.”
김창완은 김창완 밴드의 ‘아리랑’이 “전무후무한 곡”이라고 자신했지만, 아직은 모자란 부분이 많다고도 했다. “100점 만점에 50점을 조금 넘긴, 겨우 과락(科落)을 면한 수준”이라는 것이다.
“아리랑은 앞으로도 계속 다듬어나갈 거예요. 국악 중에 ‘영산회상(靈山回想)’이라는 곡이 있는데 완성되기까지 200년이 걸렸다고 해요. 저로선 ‘아리랑’을 완성해가는 첫 걸음을 뗀 셈이죠.”
산울림이 남긴 음악적 업적이 대단한 만큼 후배들은 김창완을 추앙한다. 산울림 데뷔 35돌을 맞은 올해만 봐도 그렇다. 광주MBC 음악 프로그램 ‘문화콘서트 난장’이 지난 6월 서울 여의도 시민공원에서 열었던 산울림 헌정공연엔 정엽, 가리온 등 실력파 가수들이 대거 참여했다. 연말엔 이적, 장기하, 크라잉넛 등 후배들이 만든 ‘리본(Reborn) 산울림’이라는 타이틀의 헌정음반이 발매된다.
이런 후배 뮤지션들에게 전할 당부의 말이 있는지 물었다. 김창완의 답변은 “음악의 노예가 돼야 한다”는 것. “절대 음악에 군림하려 해서는 안 돼요. 자기 자신으로부터 음악이 시원(始原)하는 게 아니라는 거죠. 음악이 뮤지션을 노래 부르게 만들면서 이끌어가는 거예요.”
다소 막연하게 느껴지기도 하는 말이었다. 그는 ‘좋은 음악’에 대한 생각을 묻는 질문에도 추상적이고 철학적 대답을 내놨다. “좋은 음악인지 아닌지 판단은 청자의 몫이죠. 하지만 기본적으로 멀리서 들려오는 음악이 좋은 음악이라고 생각해요. 아주 먼 곳에서, 수많은 외로움과 슬픔, 기쁨을 거쳐서 내 곁에 온 것 같은 음악, 그런 음악은 흔치 않죠.”
박지훈 기자 lucidfall@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