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블레이드 러너’ 피스토리우스처럼… 스포츠의족 착용자 국내에도 300여 명

입력 2011-09-04 17:33


당뇨 합병증이나 사고로 손발을 절단해야 하는 경우가 있다. 이럴 때 대부분의 사람들은 실의에 빠져 자포자기하기 쉽다.

4일 폐막한 2011 대구 세계육상선수권대회를 막판까지 감동적으로 뜨겁게 달군 남아프리카공화국의 양쪽 하퇴(무릎 아래쪽 다리) 절단 장애인 오스카 피스토리우스(25) 선수가 돋보이는 것은 그러지 않고 정반대의 삶을 일궜기 때문일 것이다.

국내에도 이런 하지 절단 장애를 딛고서 육상선수로 활동하는 이가 있다. 스포츠의족 제작 전문 회사 ㈜서울의지(대표 선동윤)의 보장구 기술자로 자신이 만든 스포츠의족을 직접 착용하고 달린 외발 장애인 선수 조수현(25)씨와 철인 3종 경기 트라이애슬론 선수 이준하(36)씨다.

이들 역시 경기 때 피스토리우스와 같은 첨단 스포츠의족을 착용한다. 특히 이씨는 피스토리우스처럼 장애인체육대회뿐만 아니라 일반 경기에도 참가해 비(非) 장애인 선수들과 겨루고 있다. 이씨는 지난 해 5월 대전에서 열린 대한장애인사이클선수권대회에 출전, 4관왕을 차지하기도 한 선수다.

스포츠의족은 머리에서 ‘달리라’고 내린 명령이 하지 절단부위에 근전도 신호로 나타나는 것을 의족 접합부가 자동으로 인식, 의족을 통해 구현시키는 원리다. 절단 부위에 닿는 접합부는 부드러운 실리콘, 몸체는 단단하면서도 가벼운 티타늄, 발목과 발 부위는 디뎠을 때 움직임이 자유로운 카본 파이버 소재로 각각 구성된다. 피스토리우스 선수가 이번에 대구육상선수권대회에서 착용한 일명 ‘치타풋’은 기능적으로 땅을 박차고 나가는데 유리하도록 고안된 육상 전용 의족이다.

값은 2000만∼3000만 원. 국산 스포츠의족의 가격은 이보다 30∼40% 정도 싸다. 성능은 대등하다.

선동윤 ㈜서울의지 대표는 “10년 이상 기술 축적으로 외제에 비해 이탈 방지, 충격 흡수 기능 및 내구성, 경량성 등 어느 측면에서도 전혀 손색이 없는 의족을 맞춰줄 수 있게 됐다”며 “전체 사지 절단 장애인 10만여 명 중 극히 일부인 300여 명만이 스포츠의족을 착용하는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이기수 의학전문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