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마당-김남중] 곽노현을 살린 트위터

입력 2011-09-04 17:51

곽노현 서울시 교육감이 교육감 선거 당시 후보단일화 상대에게 2억원을 줬다고 고백한 지난달 28일, 그의 운명은 결정된 듯했다. 신문과 방송들은 일제히 2억원의 대가성을 기정사실화하며 사퇴하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진보 신문들도 예외가 아니었다. 곽 교육감 말대로 선의였다고 해도 상대후보에게 거금을 건넨 건 부도덕한 행위라며 물러나는 게 맞다고 했다. 정치인들 역시 여야 구분 없이 한목소리로 사퇴를 요구했다. 곽 교육감은 이대로 끝나는 것처럼 보였다.

그런데 놀라운 반전이 일어났다. 4일 조사된 국민일보-GH코리아 여론조사 결과를 보면, 곽 교육감 사퇴 반대 의견이 과반수를 넘었다. ‘재판 결과가 나올 때까지 지켜볼 필요가 있다’(45.8%)와 ‘절대 사퇴해서는 안 된다’(6.3%)를 합치면 52.1%나 된다. 반면 ‘의혹이 불거진 만큼 사퇴해야 한다’는 응답은 41.9%였다. 서울시교육청 홈페이지에도 최근 사퇴 반대 의견이 쇄도한다고 한다. 곽 교육감이 1주일 만에 되살아난 셈이다.

그동안 무슨 일이 있었던 것일까? 제도언론에 의존해 여론을 읽어온 사람들에게 이 같은 반전은 납득하기 어려울 수 있다. 그러나 트위터와 페이스북 같은 소셜네트위크서비스(SNS)에 친숙한 이들에겐 당연한 결과로 받아들여진다. 언론과 정치권이 사퇴 주장을 반복하는 동안 SNS 여론은 이미 사퇴 반대로 이동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지난 1주일 동안 SNS는 곽 교육감 문제로 들끓었다. 수많은 관계자들이 나서 각자 확보한 단편적인 사실들을 공개했고, 수많은 전문가들이 자발적으로 자기 견해를 드러냈다. 교육감 후보 단일화 과정에 개입했던 백낙청 서울대 명예교수, 곽 교육감과 함께 무상급식을 주도해온 김상곤 경기도 교육감 등은 언론이 아니라 페이스북을 통해 이번 사건에 대한 입장을 밝혔다.

곽 교육감 사퇴 문제를 놓고 격돌한 것은 진보와 보수만이 아니었다. 진보진영 내부에서도 의견이 갈렸다. 진보진영 리더와 논객들은 사퇴와 사퇴 반대로 갈려 논쟁을 벌였고, 이 과정에서 누구는 상처를 입기도 했다.

곽 교육감 문제는 아직도 진행형이다. 검찰 수사 결과에 따라 여론이 달라질 수 있다. 그러나 여론의 형성과 확산이라는 측면에서 SNS의 힘을 드라마틱하게 입증했다는 것만은 분명하다. 한나라당 정두언 의원은 근래 “의원들이 조·중·동만 보고 있어 여론을 잘 모른다”고 말한 적이 있다. 일리가 있는 말이다.

김남중 차장 njkim@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