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세계의 벽 절감한 한국 육상 轉機 삼아야

입력 2011-09-04 17:51

2011 대구 세계육상선수권대회가 9일간의 열전 끝에 4일 폐막됐다. 202개국 1945명의 선수들이 참가해 연인원 40만명이 넘는 많은 관중의 응원 열기 속에 치러진 이번 대회는 당초의 우려와는 달리 성공적이었다. 교통 숙박 등 초반에 미숙한 것으로 지적된 대회 운영도 날이 갈수록 좋아졌고, 특히 대구 시민들의 헌신적인 자세는 대회 성공을 이끌었다.

세바스찬 코 국제육상경기연맹 부회장 겸 2012 런던 올림픽 조직위원회 위원장은 폐회식에 앞서 국내 통신사와 가진 인터뷰에서 “스타디움을 가득 채운 응원 열기와 시민의 환대 등 대구가 세계육상선수권대회를 치르는 모습과 정신을 런던으로 가져가고 싶다”고 말했다. 국제 스포츠행사에서 가장 중요한 것이 ‘대회 정신을 살리는 것’이라고 할 때 대구는 이번 대회를 ‘환상적’으로 치렀다는 것이다.

비록 기록 면에서 흉작이었고, 한국은 ‘노 메달 개최국’의 멍에를 뒤집어쓴 채 세계의 벽을 절감해야 했지만 코 부회장의 찬사처럼 대구 시민의 열성적인 대회 참여와 높은 국민적 관심은 이번 대회를 성공작으로 만들었다. 특히 육상도 재미있다는 새로운 인식이 형성되면서 관심 종목으로 부각된 것은 큰 수확이 아닐 수 없다. 이처럼 성숙해진 국민의 자세가 2018년까지 이어져 평창 동계올림픽도 성공적으로 치러지기를 기대한다.

사실 월드컵 축구, 하계 올림픽과 더불어 세계 3대 스포츠 제전으로 꼽히는 육상선수권대회지만 대회가 잘 치러질지 걱정이 적지 않았다. 워낙 육상이 비인기종목인데다 한국의 수준이 세계에 비해 크게 떨어져 국민적 관심을 끌기가 어려울 것으로 예상됐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 같은 우려는 기우로 끝났다. 시민과 팬들의 참여 열기가 갈수록 높아지면서 경기장 입장권이 매진되고 관중석도 거의 만석을 이뤘다. 이제 대구 육상선수권대회를 계기로 육상 열기가 달아오른 만큼 이를 바탕으로 한국 육상도 심기일전해야 한다. 언제까지나 세계의 높은 벽만 바라보며 한탄하고 있을 수는 없지 않은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