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여야, ‘안철수 돌풍’ 의미 제대로 읽어라

입력 2011-09-04 17:55

‘안철수 돌풍’이 폭발적이다. 안철수 서울대 융합과학기술원장이 10·26 서울시장 보궐선거 출마 가능성을 시사하자마자 그의 지지율이 가파르게 치솟고 있다. 국민일보 여론조사 결과에서도 확인됐다. 한나라당과 민주당이 어느 후보를 내든지, 서울시장 선거 구도가 어떻게 형성되든지 안 원장이 압도적인 1위로 나타났다. 범야권 통합후보로 거론되는 박원순 희망제작소 상임이사와의 격차도 매우 크다.

안 원장은 출마를 공식 선언하지는 않았다. 하지만 그와 가까운 지인들 얘기를 들어보면 젊은이들을 상대로 한 전국 순회강연 ‘청춘콘서트’ 일정이 끝나는 오는 9일쯤 무소속 출마 의사를 공개적으로 밝힐 것이라고 한다. 이처럼 서울시장 선거 출마에 운만 뗀 단계일 뿐인데, 많은 국민들이 안 원장에게 환호하고 열광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깊어질 대로 깊어진 정치 불신, 그리고 안 원장이 개인적으로 쌓아온 대중적 신뢰가 복합적으로 작용하고 있다고 봐야 할 것 같다.

여도 야도 싫다는 소위 무당파(無黨派)가 점점 늘어나고 있는 점은 국민들 사이에 정치 혐오증이 확산되고 있음을 보여준다. 가히 대의민주주의의 위기라 할 만하다. 자신들을 뽑아준 국민들이 진정으로 원하는 것이 무엇인지 찾아내 이를 해결하려는 노력은 게을리 한 채 유권자들에게 군림하려 들고, 당리당략에 매몰돼온 결과다. 때마침 컴퓨터 바이러스 백신을 개발해 수년간 무료로 공급하는 등 사회에 헌신해온 안 원장이 부상하면서 제3의 대안세력이 나와야 한다는 유권자들의 갈망이 안 원장 지지로 표출되고 있는 것이다.

안 원장이 출마를 결심할 경우 무소속이라는 난관을 헤쳐 나갈 수 있을지, 그리고 실제 선거결과는 어떻게 될지 예단할 수 없다. 그러나 여야가 정신을 바싹 차려야 한다는 점만은 분명하다. 안 원장 지지세가 증가하고 있는 데에는 기존 정치권에 더 이상 기대할 것이 없다는 유권자들의 심리가 투영돼 있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여야는 안 원장 출마에 따른 이해득실 계산에만 분주한 모습이다. 여야는 시대흐름을 제대로 읽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