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세계육상] 케냐·에티오피아는 트랙 중장거리 왕국
입력 2011-09-02 18:42
대구 세계육상선수권대회 첫날 케냐는 여자 마라톤과 여자 1만m에서 금·은·동메달을 휩쓸었다. 또한 케냐는 남자 3000m 장애물과 남자 800m에서도 금메달을 가져가며 중장거리의 강자로 다시 한번 이름을 날렸다. 중장거리 부문에서 케냐와 정상을 다투는 에티오피아는 남자 1만m에서 금메달과 동메달을 거머쥐었고, 보츠와나는 여자 400m에서 정상을 차지하며 깜짝 이름을 날렸다.
아프리카 대륙 출신 선수들은 대부분 육상에 뛰어난 재능을 가진 것으로 알려져 있다. 하지만 지역과 국가에 따라 큰 차이가 있다.
중장거리에서 강세를 보이는 국가는 케냐와 에티오피아다. 2009년 베를린 대회까지 세계육상선수권대회에서 케냐는 31개, 에티오피아는 18개의 금메달을 땄다. 특히 마라톤, 1만m, 5000m 장거리 세 종목은 이들의 독무대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트랙의 신화’ 하일레 게브르셀라시에, ‘맨발의 마라토너’ 비킬라 아베베, ‘장거리 황제’ 케네니사 베켈레는 모두 에티오피아 출신이다.
이들 두 국가가 중장거리에서 유독 강한 것은 두 나라가 아프리카 대륙의 고지대에 위치하고 있기 때문이다. 산소가 적은 고지대 출신 선수들은 심폐 기능과 지구력이 일반 선수들보다 뛰어나다는 연구도 있다.
중장거리에서는 케냐와 에티오피아가 강하지만 다른 종목에서는 두 나라를 압도하는 나라가 적지 않다. 2년마다 열리는 아프리카선수권대회에서 최근 5년간 성적을 볼 때 가장 많은 금메달을 딴 나라는 남아프리카공화국이다. 남아공은 트랙과 필드에서 고른 기량을 보이며 2002년부터 2008년까지 4회 연속 종합 1위를 차지했다. 또 나이지리아와 가나는 단거리에서 강세를 보이고 모로코와 이집트, 튀니지 등 북아프리카 국가들도 종종 중거리와 투척 종목에서 스타 선수를 배출한다.
하지만 케냐와 에티오피아를 비롯해 과거 남자 1500m에서 4연패 한 히참 엘 게루지를 앞세워 세계선수권대회에서 금메달 10개를 따낸 모로코, 그리고 남아공(금메달 7개)과 알제리(6개) 등 일부 국가를 빼면 아프리카 대륙에서도 세계적인 경쟁력을 갖춘 나라는 드물다. 라민 디악 국제육상경기연맹(IAAF) 회장의 모국인 세네갈도 금메달 1개만 수확했고 가나도 은메달 1개에 머무르고 있다. 튀니지는 동메달 1개에 그쳤고 수단, 가봉, 코트디부아르, 카메룬 등은 아직 메달을 신고하지 못했다.
장지영 기자 jyjang@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