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세계육상] 3번째 개최국 노메달 위기… 마라톤으로 정면돌파

입력 2011-09-02 18:50

한국 남자 마라톤이 안방에서 치러지고 있는 2011 대구 세계육상선수권대회에서 무너진 대표팀의 자존심을 세워줄지 관심이다.

한국은 그동안 세계육상선수권대회가 열린 13개 나라 중 스웨덴과 캐나다의 뒤를 이어 역대 세 번째로 ‘노메달 개최국’의 수모를 떠안을 가능성이 높다.

이런 우울한 상황에서 한국 육상의 희망으로 남자 마라톤 팀에 거는 기대가 한층 커졌다. 남자 마라톤 경기는 대회 폐막일인 4일 오전 9시 대구 국채보상운동기념공원 종각에서 시작된다. 한국은 이 종목에서 이번 대회의 마라톤 단체전(번외종목)에 걸린 메달 사냥에 나선다.

하지만 상황은 녹록지 않다. 지난해 광저우 아시안게임에서 금메달을 따며 이번 대회에서 메달권에 진입할 것으로 기대됐던 지영준(30·코오롱)이 컨디션 난조를 극복하지 못하고 대표팀에서 물러났다. 지영준이 탈락하면서 주장의 중책을 베테랑 마라토너 이명승(32·삼성전자)이 맡았지만 그의 개인 최고 기록은 2시간13분25초로 지영준의 2시간8분30초에 크게 모자란다. 이에 따라 상위 3명의 성적을 토대로 순위를 결정하는 마라톤 단체전에서 팀 내 5명 중 4위의 기록을 보유한 이명승이 깜짝 활약을 펼쳐주기를 기대해야 한다.

지난 1일 대표팀에서 마지막으로 선수촌에 입성, 마무리 훈련을 본격 시작한 남자 마라톤 팀도 이 같은 상황을 잘 알고 있다. 정만화 대표팀 코치는 “사실 부담이 크다”면서도 “뛰어봐야 아는 것이 마라톤”이라고 말했다. 다만 “두번 다시 리허설은 없다는 생각에 압박감이 크지만 뒤처진다고 기권하는 일은 없을 것”이라며 “연습 때처럼 2시간15분대를 유지하면 메달을 따는 꿈을 이룰 수 있을 것”이라고 자신감을 표했다. 정 감독은 “대회 당일 날씨가 29도 정도로 덥다고 예보됐는데 경기 초반에 체력과 페이스 관리만 잘하면 좋은 결과가 나올 것”이라고 덧붙였다.

대구=모규엽 기자 hirte@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