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세계육상] 200m 트랙 번개 주의!… 볼트, 여유롭게 결승 올라

입력 2011-09-03 00:30


부정 출발로 최대 이변을 일으켰던 ‘번개’ 우사인 볼트(25·자메이카)가 남자 200m 예선과 준결승을 가볍게 통과, 100m 실격에 대한 설욕을 시작했다.

2일 오후 대구스타디움에서 열린 준결승 2조 6레인에서 뛴 볼트는 20초31의 기록으로 조 1위를 차지하며 당당히 결승에 올랐다. 이에 앞서 오전에 열린 예선에서도 볼트는 조 1위(20초30)를 차지하며 자신의 건재함을 알렸다.

이 종목 세계기록(19초19) 보유자이면서 올해 최고기록(19초86)도 작성한 볼트는 예선 통과자 24명 중 크리스토프 르매트르(프랑스·20초17)에 이어 두번째로 빠른 기록으로 결승에 진출했다. 100m 실격 이후 볼트는 아무도 없는 보조 경기장에서 ‘분노의 질주’를 하는 등 충격에 빠진 모습을 보여 200m와 400m 경기에 영향을 주는 것 아니냐는 우려를 낳기도 했다. 하지만 이날 예선과 준결승에서 이러한 우려를 완전히 불식시켰다.

부정 출발에 대한 압박감이 높은 듯 출발 반응속도는 느렸다. 준결승에서 반응 속도는 0.207초로 21명의 선수 중 두 번째로 느렸다. 예선에서도 0.314초로 0.1~0.2초대의 다른 선수들보다 확연히 차이가 났다. 하지만 압도적인 가속력으로 두 경기 모두 경쟁자들을 여유롭게 따돌렸다. 볼트와 우승을 다툴 월터 딕스(미국·20초37), 크리스토프 르매트르(프랑스·20초17), 니켈 애쉬미드(자메이카·20초32) 등도 무난히 결승에 진출했다.

이날 볼트는 시종 여유가 넘치는 모습을 보였다. 준결승 경기를 앞두고 경기장에 모습을 드러낸 볼트는 경기 진행 요원에게 엄지를 세워 보였고 관중들의 환호가 커지자 춤을 추기도 했다.

‘통큰’ 팬 서비스도 했다. 볼트는 준결승에서 조 1위를 차지한 뒤 자신의 스파이크를 관중석으로 던졌다. 스파이크는 오른쪽이 2층 관중석에, 왼쪽이 1층 관중석에 떨어졌다. 오른쪽을 받은 경북여고 2학년 이모(17) 양은 “학교에서 단체 관람을 온다기에 볼트만 알고 왔는데 꿈같다. 수억원을 한다고 해도 팔지 않고 평생 가지고 있을 것”며 웃었다. 왼쪽을 받은 주인공은 자원봉사자 황모(27) 씨였다. 은색 바탕에 노란색 바닥으로 장식된 이 스파이크는 볼트를 위해 특별 제작된 것으로 값어치를 따지기 어렵다.

대구=최일영 기자 mc102@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