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산 vs 저항 ‘격렬한 충돌’…제주 강정마을 공권력 투입
입력 2011-09-02 23:24
2일 오전 5시. 제주도 서귀포시 강정마을에는 비상사이렌이 울려 퍼졌다. 마을 주민들은 잠에서 깨 허둥지둥 중덕 삼거리로 향했지만 이미 출입구는 경찰에 의해 봉쇄된 뒤였다. 경찰은 이날 새벽 4시부터 병력을 움직이기 시작해 사업부지와 연결된 마을 내 모든 도로를 차단했다.
경기경찰청 소속 기동대와 여경 부대 등 1000여명의 경찰병력은 중덕 삼거리를 포위한 뒤 해군기지 사업부지에서 밤샘 농성을 벌이던 100여명의 주민과 시민단체 활동가들에게 해산을 명령했다. 해군은 이 틈을 타 굴착기 2대를 동원해 펜스설치 공사를 벌였다. 경찰과 주민들 간에 격한 몸싸움이 벌어졌다. 중덕삼거리에 설치된 2븖 높이의 가건물 위로 올라가려는 주민들과 이를 밀쳐내려는 경찰들로 연신 위험한 상황이 속출했다. 경찰은 강하게 저항하는 주민과 활동가들을 차례로 연행했고, 저항은 서서히 무력화됐다.
해군의 펜스 설치작업은 오전 9시30분쯤 마무리됐다. 강정마을에 해군기지 건설사업이 유치된 지 4개월 만에 사업부지 경계선이 마무리된 셈이다.
제주해군기지 사업단은 사업부지가 확보됨에 따라 본격적인 공사재개에 착수할 방침이다. 국방부는 올해 제주 해군기지 건설을 위해 케이슨(caisson)과 블록 제작, 진입도로 건설 등 3가지 공사를 계획 중이라고 설명했다.
방파제 건설 전 항만 접안시설의 기초가 되는 콘크리트 구조물인 케이슨은 24개 제작될 예정으로 현재 2개가 만들어졌다. 케이슨은 바다 속에 넣으면 높이가 건물 7∼10층과 맞먹는 규모다. 해군은 국회 예결특위 해군기지조사소위원회의 현지실사가 끝나는 대로 공유수면 준설작업을 다시 벌일 계획이다.
국방부는 공사가 순조롭게 진행되면 2015년까지 기지 건설이 완료될 것이라고 밝혔다.
상이군경회 등 제주해군기지건설 촉구 범도민 지지단체는 환영의 뜻을 밝혔다. 이들은 “해군기지 사업의 정당성이 확보됐다”며 “해군기지 공사가 하루빨리 재개되기를 촉구한다”고 밝혔다.
반면 진보진영의 시민단체와 강정마을회는 반대운동을 계속하겠다고 밝힌 데다 야권에서도 해군의 일방통행식 공사 진행에 제동을 걸겠다는 분위기여서 공사재개가 순탄치는 않을 전망이다.
제주 지역의 반대운동도 확산될 것으로 보인다. 제주시 구좌읍·조천읍·한림읍과 서귀포시 대정읍·안덕면은 해군기지반대 지역대책위원회를 구성해 해군기지 백지화운동에 돌입하겠다고 밝혔다. 강정마을이 평화를 되찾기까지는 상당한 기간이 필요할 전망이다.
제주=주미령 기자 lalijoo@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