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D수첩 무죄 확정됐지만…“한국인 광우병 위험 크다는 보도 사실과 달라”

입력 2011-09-02 22:56

먹거리에 대한 불안감을 자극해 촛불시위로 비화됐던 미국산 쇠고기 광우병 보도 논란이 2일 대법원 확정 판결로 일단락됐다. MBC ‘PD수첩’ 제작진은 명예훼손 혐의는 벗었지만 일부 허위사실 보도를 정정보도하고 국민에게 잘못된 인식을 심어준 점을 바로잡아야 하는 의무가 주어졌다.

인간광우병 허위사실, 정정보도해야=이번 정정·반론보도 청구소송의 대상은 한국인의 유전자형과 인간광우병 발병 위험성, 미국에서 인간광우병 발생시 우리정부 대응조치 보도, 우리정부의 협상태도에 대한 보도 등 세 가지. 판단기준은 크게 두 가지로 PD수첩이 보도한 부분이 사실적 주장에 해당하는지 아니면 의견표명인지, 사실적 주장이라면 허위인지 여부이다.

재판부는 ‘한국인의 유전자형에 따른 인간광우병 발병 위험이 크다’고 보도한 부분은 사실적 주장에 해당하며 허위여서 정정해야 할 의무가 있다고 판단했다. 하지만 나머지 두개 보도내용은 의견표명에 불과해 정정보도 대상이 아니라고 결론냈다.

재판부는 PD수첩이 보도의 근거로 내세운 과학적 증거만으로는 인간광우병과 유전자 사이에는 일반적인 상관관계가 있다고 단정할 수 없고, 오히려 그 과학적 사실의 진위는 아직 밝혀지지 않은 상태라고 주장했다. 그런데도 PD수첩이 한국인 중 94%가 MM형 유전자를 가지고 있어 한국인이 광우병에 걸린 쇠고기를 섭취할 경우 인간광우병이 발병할 확률이 약 94%에 이른다고 단정적으로 보도한 것은 허위임이 증명됐다고 판시했다.

PD수첩은 2008년 7월 15일 후속보도를 통해 “특정유전자형만으로 인간광우병이 발병할 확률을 예측하기 어렵기 때문에 MM 유전자형을 가진 사람이 94%라고 해서 인간광우병이 발병할 확률이 94%라는 것은 부정확한 표현”이라고 한발 물러섰다. 하지만 재판부는 PD수첩의 후속보도가 적절한 수준의 정정보도가 아니라고 판단했다. 후속보도가 형식적인 측면에서 프로그램이 끝나는 부분에 진행자의 짧은 설명으로만 구성되어 있을 뿐 자막이나 화면의 구성에 있어서 정정보도라는 점을 표시하지도 않는 등 방송분량, 보도의 형태와 배치 등이 정정보도로서의 균형을 맞추지 못했다는 것이다. 이에 따라 재판부는 PD수첩이 쇠고기 섭취로 인한 인간광우병 발병에 대한 국민들의 오해를 불식시킬 수 있을 정도로 충분히 정정보도를 다시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악의적 보도 아니면 명예훼손 무죄=재판부가 명예훼손에 대한 판단기준으로 제시한 것은 그 보도로 인한 피해자가 공적인 존재인지 사적인 존재인지 여부, 그 보도가 공적인 관심사안에 관한 것인지 순수한 사적인 영역에 속하는지였다. 이에 비춰볼 때 PD수첩의 보도는 일부가 객관적 사실과 다른 내용으로 된 허위사실 적시에 해당한다고 해도 국민의 먹거리와 이에 대한 정부 정책에 관한 여론형성이나 공개토론에 이바지할 수 있는 공공성을 지닌 사안이었다고 판단했다. 또한 허위사실에 해당하는 보도내용이 공직자들의 명예와 직접적인 연관을 갖는다고 볼 수 없고, 악의적이지도 않아 PD수첩 제작진에 명예훼손 책임이 없다고 주장했다.

대법원 관계자는 “정부 또는 국가기관의 정책결정이나 업무수행과 관련된 사항에 대한 비판을 내용으로 하는 언론보도에 대해 공직자 개인의 명예훼손이라는 형태로 언론인을 처벌하는 데는 신중을 기할 필요가 있다”고 판결의 의미를 설명했다.

김재중 기자 jjkim@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