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키리크스 “美 외교전문 무편집 공개”
입력 2011-09-02 18:20
폭로전문사이트 위키리크스가 미국 외교전문 25만여 건을 모두 무편집 상태로 공개하기로 결정했다고 영국 일간 가디언이 1일(현지시간) 보도했다. 외교전문에 등장하는 모든 인물의 실명이 공개될 예정이어서 엄청난 파장이 예상된다.
◇왜 공개하나=위키리크스가 외교전문에 등장하는 인물의 실명을 가리지 않고 공개하기로 한 이유는 원본이 이미 유출됐다고 판단해서다.
독일 신문 ‘데어 프라이탁’은 외교전문 원본이 담긴 압축파일(파일 이름은 z.gpg)과 이 파일을 열 수 있는 비밀번호를 입수했다고 지난달 25일 보도했다. 이어 일부 트위터 이용자들이 파일을 입수해 열었다. 31일 오전부터는 파일공유사이트에서 외교전문 원본이 나타났다.
위키리크스는 이미 지난주부터 무편집 외교전문을 공개하기 시작했다. 기존 2만 여건에 추가로 약 12만 건을 홈페이지에 게재했다. 현재 위키리크스 홈페이지에는 외교전문 25만1287건 모두가 공개됐다고 표시돼 있으나 실제 전면 공개 여부는 확인하기 어렵다.
◇파장은=미국 외교관들과 접촉해온 정보원 등의 신분이 드러남에 따라 이에 따른 보복 등이 있을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되고 있다. 지난주 공개된 외교전문에는 알카에다와 관련 있을 것으로 추정되는 호주인 23명의 신원이 적혀 있었다. 호주 법무장관은 “믿을 수 없을 정도로 무책임하다”며 격앙된 반응을 보였다.
미 국무부 빅토리아 뉼런드 대변인은 “위키리크스가 원본을 공개해선 안 된다는 우리의 요구를 무시했다”면서 “무모하면서 노골적으로 위험한 행위”라고 말했다.
앞서 위키리크스는 비밀번호를 유출한 장본인으로 가디언의 데이비드 리 기자를 지목했다. 그가 지난 2월 펴낸 책에서 비밀번호를 누설했다는 것이다. 위키리크스는 지난해 외교전문 공개에 앞서 가디언 등 영·미 언론사와 접촉해 외교전문 25만여건 전체를 넘겨줬었다. 위키리크스 측이 이때 ‘임시로’ 사용한 비밀번호를 수개월이 지나서도 바꾸지 않아 문제가 생겼다고 보는 시각도 있다.
권기석 기자 keys@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