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준표 잇단 애드벌룬성 對北 발언에 통일부 “특별한 것 없는데…” 곤혹

입력 2011-09-02 18:18

하루가 멀다 하고 터져 나오는 한나라당 홍준표 대표의 대북 발언에 통일부가 당혹감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아직 이렇다 할 움직임이 없는데 곧 남북관계에 변화가 있을 것처럼 국민들의 기대치를 잔뜩 부풀리고 있다는 게 통일부의 시각이다.

홍 대표는 지난 7월 “8월 중 남북관계에 변화가 있을 것”이라고 했다가 지난달 29일 “오는 11월 남북관계에 돌파구가 될 만한 좋은 뉴스가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1일에는 “이르면 추석 전 남북관계에서 뉴스가 하나 더 나올 것”이라고 한술 더 떴다. 통일부 내에서는 “여당 대표가 아니라 통일부 장관을 하고 싶은 모양”이라는 비판도 없지 않다.

천해성 대변인은 2일 “홍 대표가 여러 가지 생각해서 한 말이라고 본다”면서 “발언 배경에 대해 대변인이 뭐라고 말할 입장은 아니다”고 난감해했다. 그는 “남북관계는 항상 변한다”고 전제한 뒤 “11월은 시간이 많이 남아 있으니 잘 모르겠고, 추석 전이라면 다음주인데 지금 시점에선 남북관계에 특별한 게 없다”고 잘라 말했다.

앞서 통일부 엄종식 차관은 전날 코리아글로벌포럼(KGF) 환영사에서 “북한이 가고자 하는 길은 여전히 불분명하며, 우리가 기대하는 방향과도 아직은 거리가 있어 보인다”고 밝혔다. 정부 고위 관계자도 “북측의 변화 움직임은 거의 감지되지 않고 있다”면서 “11월은 물론 올해 말까지 남북관계에 큰 진전은 없을 것 같다”고 말했다. 통일부는 남북관계 특성상 모든 것을 밝힐 수는 없지만 홍 대표의 잇단 대북 발언은 마치 정부가 매달리는 듯한 잘못된 시그널을 북한에 줄 수 있다고 우려하고 있다.

이흥우 선임기자 hwlee@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