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자 울린 시열이, 엄마 울린 독자 온정 ‘아픈 감동’
입력 2011-09-02 18:19
그래도 따뜻한 세상이다.
생후 6개월 된 기형아 시열이와, 시열이를 홀로 꿋꿋하게 키우는 미혼모 엄마의 사연이 국민일보(9월 2일자 24면)에 보도되자 두 사람을 돕고 싶다는 독자들의 성원이 쇄도했다. 본보 기자에게 전달된 이메일과 전화가 2일 하루에만 70여통에 달했다. 인터넷 댓글은 수백개가 붙었다.
홍선기(33·무역업·경기도 과천)씨는 희귀병인 ‘윌리엄 증후군’을 앓고 있는 11개월 된 아이의 아빠라고 자신을 소개하며 “시열이 사연에 가슴이 아프다. 넉넉지 않은 형편이지만 조금이라도 돕고 싶다”고 말했다. 홍씨는 “사람이 도와가며 살 수 있다는 게 얼마나 큰 행복인지, 제 아이가 아픈 후에 알게 됐다”면서 어떤 방법으로 그들을 도울 수 있는지 알려 달라고 부탁했다.
대학생 김율아(24·여·분당)씨는 “우울증 때문에 스스로 불행하다고 여겼던 내 자신이 어리석었다는 걸 느끼게 됐다”면서 “학생이라서 큰 도움이 되지는 못하겠지만 그래도 도움을 주고 싶다”고 밝혔다. 10개월 된 딸의 엄마라는 강수정(29·수원)씨는 “같은 아기 엄마로서 눈물을 훔치면서 읽었다”며 시열이네 연락처와 계좌번호를 물었다.
편모 슬하에서 자라 공장일을 하고 있다는 한 남성은 “추석 직전에 얼마 안 되는 성과급이 지급될 것 같은데, 모자를 도울 방법을 알려 달라”고 했다. 시열이 엄마와 비슷한 유년시절을 보냈으며 현재는 두 아이의 엄마라는 한 여성은 “어떻게 하면 심적으로나 금전적으로 도울 수 있겠느냐”고 문의했다.
시열이와 엄마가 병원에 갈 때마다 자신의 차로 데려다주겠다는 독자도 나타났다. 김수연(46·여·경기도 고양)씨는 “연희동에서 일원동(삼성의료원)까지 아기를 안고 병원에 다닌다니, 날도 덥고 아기도 힘들 것 같다”며 카풀 봉사를 희망했다.
해외에서도 문의가 잇따랐다. 미국 캘리포니아에서 25년째 살고 있다는 김정운씨는 “마음과 눈이 뜨거워지는 걸 참을 수 없어 메일을 보낸다”며 “시열이에게, 그리고 시열이 엄마에게 결코 차가운 세상만은 아니라는 걸 보여주고 싶다”고 말했다.
4개월 아이의 엄마라는 이승인씨도 “미국에 살고 있지만 돕고 싶다. 옷이나 장난감 등을 어떻게 전달할 수 있을지 알려 달라”고 메일을 보냈다. 코스타리카에 거주하는 박민주씨는 “해외에 있다 보니 금전적으로 돕는 방법밖에 없겠다”면서 후원의 뜻을 전해왔다.
미디어다음과 네이트온 등 포털사이트에도 응원의 글과 후원 문의 글이 넘쳐났다. ‘어머니도 장하고 칭찬해 줘야겠지만 무엇보다 세상의 편견과 사람들의 차별 속에 살아갈 시열이를 생각하면 걱정이 앞선다’(ID 신동수), ‘임신 중인데 넉넉하진 않지만 돕고 싶다’(Jemmima), ‘8개월 동안 임신을 모를 수 있을까 하고 읽어봤는데, 이유가 있었다. 너무 가슴 아프다. 힘내세요’(김연숙) 등 따뜻한 글이 가득했다. 트위터와 페이스북 등 SNS를 통해서도 시열이의 사연이 전해지고 있다.
시열이는 현재 서울 일원동 삼성의료원에 입원한 상태다. 횡경막 탈장 수술이 시급하다고 판단한 의료진이 전날 입원할 것을 권유했다. 시열이는 목에 삽입된 호스를 통해 분유를 먹고 있다. 삼성의료원은 일부 치료비를 지원하기로 했다.
후원 문의가 잇따른다고 전하자 시열이 엄마(본명 장은희)는 “고맙습니다. 고맙습니다”라며 말을 잇지 못했다(후원계좌 농협 3520-2519-3745-3, 예금주 장은희).
이경선 기자 bokyung@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