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기자-한장희] ‘선거 공학’에만 매몰된 연찬회
입력 2011-09-02 18:17
한나라당 연찬회가 ‘조용히’ 마무리됐다. 1박2일 연찬회 마지막 일정인 2일 자유토론도 등록 의원 135명 중 80여명만 참석했다. 토론 내용도 원론적인 의견 제시나 “민주당의 ‘무상복지’처럼 한나라당의 복지 개념을 쉽게 설명할 수 있는 용어를 만들자”는 구호성 접근이 주를 이뤘다. 10월 서울시장 보궐선거를 앞두고 복지 노선에 대한 격렬한 논쟁이 벌어질 것이라는 예상은 빗나갔고, 일부 의원은 지루한 토론이 이어지자 서둘러 자리를 떴다. 몇몇은 “언제 한나라당이 제대로 토론하는 것 봤느냐”는 냉소적 반응까지 보였다.
전날 모임에서도 복지 문제에 대한 진지한 고민은 없었다. 오히려 서울시장 후보군을 둘러싼 날카로운 신경전만 오갔다. 특히 의원들은 자신이 미는 후보에게 유리한 환경을 조성하기에 여념 없는 모습이었다. 이 때문에 서울지역 의원들이 모인 자리에선 후보 경선을 치러야 하나 마나를 놓고 실랑이가 벌어지기도 했다. 한 의원은 “몇몇 의원은 자신이 미는 후보가 경선을 하는 게 유리하다는 판단을 하고 전체 의견으로 만들기 위해 밀어붙이는 행태를 보였다”고 비난했다. 이어진 만찬 자리에서도 “박근혜 전 대표가 지원에 나설 수 없는 인사를 일부러 친이명박계가 서울시장 후보로 밀고 있다” “친이명박계가 밀고 있어 친박근혜계가 조직적으로 반대하고 있다” 등 각종 음모론만 난무했다.
한 소장파 의원은 “4월 재보선 패배 이후 강화된 당의 친서민 정책 노선이 이번 무상급식 주민투표 추진으로 흐름이 막힌 것은 아닌지에 대한 진지한 고민이 필요한 자리였는데…”라며 아쉬움을 토로했다.
당 안팎에서는 이런 변화 없는 당의 모습에 대한 우려가 커지고 있다. 한 관계자는 “당의 정책과 가치에 맞는 후보를 고르는 게 아니라 상대 후보에 따라, 또는 어떤 결과가 나와야 내년 총선·대선에 유리할지 등 정치공학적인 계산만 난무하고 있다”며 “결국 이런 행태가 유권자들로 하여금 등을 돌리게 만들 것”이라고 강조했다.
정치부 한장희 기자 jhha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