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기는 곧 기회”… 슈퍼개미들이 돌아왔다
입력 2011-09-02 23:28
상반기 대형주 위주의 장세에서는 잠잠하던 ‘슈퍼개미’들이 폭락장 이후 주식시장으로 돌아오고 있다. 가격이 떨어진 중소형주를 집중적으로 사들이는 모습이다. 슈퍼개미는 수십억원에서 수백억원에 이르는 거액을 주식시장에 투자하는 재야의 개인투자자들을 말한다. 이들의 ‘귀환’과 함께 코스피지수는 지난달 23일 이후 100포인트 가량 상승했다.
‘주식, 농부처럼 투자하라’라는 재테크 도서를 펴내 ‘주식농부’로 불리는 박영옥(50) 스마트인컴 대표가 먼저 돌아왔다. 2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박 대표는 지난달 25일 코스닥시장에서 레저용품 제조업체 ‘참좋은레져’ 5만5000주를 추가 매수했다. 박 대표는 지난달 12일에도 2만3000주를 사는 등 지난달에만 17만8963주를 매입, 보유 지분을 5.42%에서 6.70%까지 늘렸다. 박 대표가 지난달 12일 3311원에 샀던 이 종목은 현재 당시보다 47.99% 오른 4900원이다.
박 대표는 지난달 참좋은레져 외에도 ‘조광피혁’, ‘태평양물산’, ‘에스피지’ 등 중소형주를 집중적으로 사들였다. 지난달 19일에는 장중 조광피혁이 주당 1만106원까지 떨어지자 과감하게 33만5102주를 쓸어 담기도 했다. 조광피혁은 2일 현재 당시보다 13.79% 오른 1만1500원을 기록 중이다.
유성기업의 2대 주주로 유명한 황순태(72) 삼전 회장도 돌아왔다. 황 회장은 지난달 25일 유가증권시장에서 소형 건설주 ‘삼호’ 4만3000주를 매입하며 보유 지분을 6.60%로 늘렸다. 황 회장은 삼호 주식이 5거래일 연속 하락하며 25일 장중 2150원까지 떨어지자 주식을 대량으로 사들였다. 삼호는 이후 1일까지 단 하루를 제외하고 상승세를 이어갔다.
주부로 알려진 주식시장의 ‘큰손’ 최경애(55·여)씨는 지난달 12일 유가증권시장에서 식품첨가물 제조업체 ‘보락’ 1만6910주를 2272원에 신규 취득했다. 최씨는 18일 소량 매도로 한 차례 차익을 실현한 뒤, 23일에는 다시 1만1150주를 매수하며 지분을 9.15%까지 늘렸다. 보락은 2일 현재 2350원을 기록하면서 작지만 꾸준한 상승 폭을 이어가고 있다.
슈퍼개미들의 귀환은 주식시장에 중소형주를 중심으로 새로운 활기가 찾아올 것이라는 메시지가 됐다. 눈 밝은 투자자들은 이들의 행보를 따라 주식 비중을 높였다. 참좋은레져는 박씨가 주식을 대거 매입했다는 소문이 나면서 지난달 26일 14.89%나 급등, 가격제한폭에 이르기도 했다.
하지만 개미들의 ‘뇌동매매’를 경계하는 목소리도 강하다. 슈퍼개미의 주목을 회사 가치 자체의 상승으로 판단하면 위험하다는 것이다. 그간 장세에 밝은 슈퍼개미들이 지분을 급격히 축소, 단기 시세차익을 남겨 왔다는 것도 일반 개인투자자들에게는 조심해야 할 부분이다. 한 증권사 관계자는 “슈퍼개미들이 돌아온 것은 향후 증시 전망이 나쁘지 않다는 뜻이지만, 일반 개미가 막무가내로 추격 매수하는 것은 상당히 위험하다”고 지적했다.
이경원 기자 neosarim@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