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나라, 복지 논쟁 ‘서민 복지’로 서둘러 봉합?

입력 2011-09-02 18:17

한나라당이 ‘서민복지’라는 새로운 틀을 제시했다. 기존의 선별적 복지 기조를 유지하자는 주장과 복지를 확대하자는 요구를 합쳐 ‘제3의 길’을 내놓은 셈이다. 당내 복지 논쟁을 일단락짓고 민주당의 무상복지론을 ‘부자복지’로 규정하는 효과까지 노린다는 전략이다. 하지만 일각에선 10·26 서울시장 보궐선거를 앞둔 어정쩡한 미봉책에 불과하다는 지적도 제기된다.

김기현 대변인은 2일 충남 천안 지식경제공무원교육원에서 열린 이틀째 연찬회 비공개 자유토론을 마친 뒤 브리핑을 갖고 “선별적·보편적 복지라는 이분법적 시각에서 벗어나 재정이 허락하는 범위 내에서 서민·민생 복지를 적극 강화한다는 데 의견을 같이했다”며 “큰 방향이 정해진 만큼 정책위원회 중심으로 깊이 의논하고, 필요하면 의총을 소집해 조속한 시일 내 결론을 내겠다”고 밝혔다.

홍준표 대표는 연찬회장 앞에서 기자들과 만나 “무상복지는 반드시 증세를 전제로 한다. 무상복지를 위해서는 직접세뿐 아니라 간접세도 올려야 한다”며 민주당을 비판했다. 이어 “우리는 보편적 복지니 선택적 복지니 어려운 말 말고 서민을 위한 서민복지로 하기로 했다”고 말했다.

의원들은 연찬회 결과에 대해 긍정적인 평가를 내리면서도 온도차를 보였다. 선별적 복지 기조를 유지해야 한다고 주장했던 한 친이명박계 의원은 “선별적 복지나 서민복지나 큰 차이가 없다. 이름만 바꾼 것”이라며 “다만 서민층의 복지를 이전보다 확대하자는 데 방점이 찍힌 것”이라고 해석했다. 반면 친박근혜계 의원은 “복지 확대에 대한 공감대를 확인한 것은 맞지만 결론을 내린 것은 아니다”며 “서민복지보다 (박근혜 전 대표가 말한) ‘맞춤형 복지’가 한나라당의 정책 기조를 더 정확히 표현하는 용어”라고 했다.

당내 복지 논쟁이 사실상 마무리되면서 한나라당은 본격적인 서울시장 선거 체제로 돌입할 전망이다. 특히 ‘선(先) 복지당론 설정, 후(後) 선거지원 논의’를 언급했던 박 전 대표가 지원에 나설 가능성이 커졌다는 분석이 나온다. 홍 대표는 연찬회 마무리 발언에서 “서울시장 보선이나 총선에서 꼭 이기겠다. 지금부터라도 내년 총선까지는 계파에 함몰되지 말고 ‘나’를 버리고 당에 집중해 달라”고 말했다.

한편 연찬회장 안에서 당 복지 기조가 논의되는 동안 밖은 안철수 서울대 융합과학기술대학원장의 서울시장 출마설로 술렁거렸다. 의원들은 삼삼오오 모여 안 원장의 출마에 따른 득실 계산, 실제 출마 여부 등을 놓고 의견을 교환하는 모습을 보였다.

천안=유성열 기자 nukuva@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