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서 일하다 중증 장애인 된 두 외국인 근로자, 서울로 온 가족과 재회… 다시 희망을 꿈꾸다
입력 2011-09-02 18:33
‘코리안 드림’을 위해 한국에 왔다가 장애인이 된 외국인 근로자의 얼굴에 모처럼 환한 미소가 떠나지 않았다.
한국에서 일하는 스리랑카 근로자 마리야누 티론(33)씨와 몽골 근로자 오론후 엉통구(31)씨가 사단법인 세계선린회가 주최하고 ㈜한스킨의 후원으로 마련된 ‘중증 산재 외국인 근로자 가족초청 프로그램’을 통해 2일 가족들과 재회했다. 한국을 찾은 두 근로자의 가족은 모두 9명이다.
2년 만에 아내와 세 딸을 만난 티론씨의 눈은 촉촉이 젖었다. 막내딸 기트니카(4)양의 손을 꼭 잡은 티론씨는 “말로 다 못할 정도로 너무 좋아요. 지금 기분은 잊지 못할 것 같아요”라고 활짝 웃었다.
티론씨는 2009년 12월 경기도 김포에 있는 산업폐기물 처리업체에서 일하다 사고를 당했다. 한국에 온 지 1년6개월 만이었다. 이 사고로 오른쪽 다리 무릎 아래가 잘렸다. 그는 반년간 치료를 받고 지난해 8월 스리랑카로 돌아갔다. 그러나 장애인이 된 모국에서도 일자리를 구할 수 없었다.
한국에 오기 전 10년간 일했던 아이스크림 공장에 찾아갔지만 거절당했다. 그는 결국 2주 만에 한국행 비행기에 다시 올랐다. 티론씨는 “아이가 셋인데 어떻게 살아야 할지 앞이 깜깜했어요. 기댈 곳이 한국밖에 없었어요”라고 회상했다.
한국이라고 쉬울 리 없었다. 힘들게 인천에 있는 전자부품업체에서 일자리를 구했다. 다행히 매달 19만5000원의 장애연금을 받지만 새 직장의 월급은 87만원으로 이전에 받던 180만원의 절반에도 못 미친다. 이 중 생활비 20만원을 제외하고 나머지 전액을 아내에게 보낸다.
엉통구씨는 둘째 딸 애룬데라(4)양을 꼭 끌어안고 놓지 않았다. 그는 “3년 만에 딸을 봤어요. 언제 볼 수 있을까 갑갑했는데 너무 행복해요”라고 서툰 한국말로 감정을 전했다.
엉통구씨는 지난해 8월 경기도 용인의 한 골판지 업체에서 일하다 3m 높이에서 떨어져 두개골 골절과 뇌출혈 판정을 받았다. 이 사고로 오른쪽 귀의 청각을 잃었고 시력도 많이 나빠졌다. 그는 현재 서울외국인근로자센터 쉼터에서 약물·운동 치료를 병행하고 있다.
이들은 5일 63시티투어, 6일 광화문 덕수궁 청계광장 창경궁 등을 둘러본 뒤 가족들과의 시간을 갖고 24일 귀국한다.
진삼열 기자 samuel@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