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험영화로 주목 받는 최진성 감독 ‘이상, 한가역반응’… 아이폰으로 촬영한 ‘현대 서울의 詩人 이상’
입력 2011-09-02 17:55
상업 상영보다는 새로운 시도 그 자체에 더 큰 의미를 두고 제작된 영화를 실험영화라고 한다. 이런 영화는 일반극장에서는 거의 볼 수 없지만 제작·표현 기법, 주제 등에서 실험적인 다양한 시도를 하기 때문에 영화산업을 풍부하게 하는 밑거름이다.
지난달 폐막한 제5회 시네마디지털서울(CINDI) 영화제에서 버터플라이상을, 제11회 서울국제뉴미디어페스티벌에서 대상인 ‘최고구애상’을 수상한 ‘이상, 한가역반응’도 그런 영화 중 하나다.
2001년부터 다큐멘터리와 단편 극영화 작업을 해 온 최진성(36) 감독이 각본·연출을 맡고 아이폰의 아날로그 8㎜ 애플리케이션으로 촬영한 37분짜리 극영화다. 천재 시인 이상(1910∼37)이 남긴 시와 소설 등을 통해 그의 삶과 죽음의 의미를 재조명했다. 이상이 식민지시대 모던보이들의 로망이었던 도쿄행을 꿈꾸던 1936년이 시대배경이지만 이 영화는 일반적인 영화문법을 따르지 않는다. 이상은 스물일곱에 요절했는데도 이상 역을 맡은 배우(윤동환)는 40대 중반에, 그것도 대머리인 남자다. 그는 종로 골목길과 카페, 서울역 등을 떠돌지만 주변배경은 고층빌딩이 즐비하고 현재임이 뻔히 드러나는 서울의 모습들이다.
최근 서울 성산동 한 카페에서 만난 최 감독은 “이상은 경성(서울)과 동경(도쿄), 거울 밖과 거울 안, 뚫린 골목과 막힌 골목, 본명 김해경과 필명 이상, ‘무서운아해’와 ‘무서워하는아해’ 사이에서 미끄러지며 불투명하게 떠돌아다녔다”며 “자신의 텍스트(작품)를 삶으로 만든 이상의 현재적 의미를 그려보고 싶었다”고 기획의도를 설명했다. 영화 제목은 1931년 ‘조선과 건축’에 발표한 이상의 첫 시 ‘이상한 가역반응’에서 따왔는데 이상의 이중적인 캐릭터를 드러내기 위해 엉뚱한 곳에 쉼표를 찍었다고 덧붙였다.
‘이상,한가역반응’은 서울 서교동 KT&G 상상마당 시네마에서 열리고 있는 ‘대단한 단편영화제’ 단편 콜라보레이션전에서 오는 5∼7일 상영될 예정이다.
최 감독은 내년에는 상업영화에도 도전할 계획이다. CINDI 영화제 버터플라이상 수상으로 CJ E&M으로부터 상업영화 제작 지원을 받는 기회를 얻었기 때문이다.
그는 “내가 하고 싶은 이야기를 많은 관객들과 나눌 수 있는 좋은 기회다. 기존 영화들과는 다른 색깔을 가진 나만의 상업영화를 만들어보고 싶다”고 말했다.
글·사진=라동철 선임기자 rdchul@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