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록 흉내내는 가수지만 우리도 가수입니다”… ‘나가수’ 패러디 출연 추대엽·정명옥·김세아

입력 2011-09-02 18:07


MBC 코미디 프로그램 ‘웃고 또 웃고’는 매주 금요일 밤 12시35분에 방송된다. 많은 사람들이 잠자리에 들었을 시간이니 시청률이 좋을 리 없다. 매주 2% 수준을 맴돈다. 방송 시간대만 보면 MBC가 ‘버린 카드’나 마찬가지다.

그런데 이런 열악한 상황에서 ‘웃고 또 웃고‘의 한 코너가 연일 화제를 일으키고 있다. 바로 ‘나는 가수다’(‘나가수’)를 패러디한 ‘나도 가수다’. TV를 못 본 사람들은 다음 날 온라인을 통해 ‘나도 가수다’를 찾아본다. 포털 사이트 인기 검색어엔 종종 ‘나도 가수다’ 출연자 이름이 오르내린다. 어쩌면 방송사가 ‘구색 맞추기’ 차원에서 만들었을 한 코미디 프로그램이 작은 기적을 만들어낸 셈이다.

최근 경기도 고양시 장항동 MBC 일산드림센터에서 ‘나도 가수다’에 출연 중인 코미디언 추대엽(33)과 정명옥(31), 김세아(30)를 만났다. 추대엽은 정엽을 흉내낸 ‘천엽’으로 활동하다 최근 조관우를 패러디한 ‘조간우’로 캐릭터를 바꿨다. 정명옥은 박정현을 따라한 ‘방정현’을, 김세아는 이소라와 옥주현을 베낀 ‘이소다’ ‘옥수역’을 연기한다. 이들은 임재범을 모방한 ‘정재범’ 정성호(35)와 함께 매주 고군분투 중이다. 셋은 “어떤 악조건도 이겨내자는 생각으로 최선을 다하고 있다”고 입을 모았다.

추대엽은 “열정 하나로 이 코너를 만들고 있다는 사실을 많은 분들이 알아주셨으면 좋겠다”고 강조했다. “코너 회의를 거의 매일 새벽 2∼3시까지 해요. 그런 뒤 금요일 녹화를 하는데, ‘나가수’ 출연 가수들처럼 녹화 끝나면 탈진 상태가 됩니다. 모창뿐만 아니라 제스처나 표정도 따라해야 하니까 부담이 더 되는 거죠.”

코너가 화제가 되면서 이들의 인기도 자연스럽게 올라갔다. 행사 무대 등에 서면 객석 반응은 폭발적이다. 김세아는 “얼마 전 한 대학 행사에서 이소라씨 분장을 하고 무대에 올랐다. 관객 함성이 이소라씨가 아닌 ‘이소다’란 걸 알자 오히려 더 커졌다”며 웃음을 지었다. 그는 최근 ‘진짜’ 이소라가 “재밌게 보고 있다”며 귀걸이와 자신의 CD 등을 선물했다고 자랑하기도 했다.

‘나가수’ 방송 내용을 패러디하는 코너 특성 때문에 매주 일요일 ‘나가수’가 전파를 탈 때면 방송을 보는 자세도 다르다고 했다. 코너에 ‘써먹을 수 있는 장면’을 찾는 데 혈안이 되기 때문이다.

본인들이 흉내 내고 싶은 가수가 ‘나가수’ 새 출연가수가 됐으면 하는 마음도 있다. 추대엽은 성시경을, 정명옥과 김세아는 각각 원미연, 거미가 나왔으면 좋겠다고 했다.

세 사람이 ‘나도 가수다’에 갖는 애착은 상당해 보였다. 추대엽은 “이 코너가 흔들리면 프로그램 전체가 흔들릴 수 있다고 생각한다”고 했다. 정명옥은 “어떻게든 이슈가 계속 만들어져서 시청률이 지금보다 잘 나왔으면 좋겠다”며 이렇게 덧붙였다.

“예전에는 프로그램에 임할 때 ‘내가 어떻게 하면 돋보일까’를 생각했는데 지금은 그렇지 않아요. 저는 시청자들께 어필이 덜 돼도 좋으니 어떻게든 ‘나도 가수다’는 오래 살아남았으면 좋겠어요.”

글·사진=박지훈 기자 lucidfall@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