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신도 신학강좌] 기독교 윤리란 무엇인가

입력 2011-09-02 18:02


기독교와 여성윤리

한국사회는 차별이 다양하게 존재하는 사회이다. 지난 9월 1일 한국여성정책연구원에서 성인 차별의식에 대한 연구 결과를 발표했다. 심각성이 높은 순으로 나타난 차별 유형은 학력, 학벌, 동성애자, 외모, 장애인, 출신국가, 미혼모, 인종 및 피부색, 고령자, 출신지역, 여성 등이다. 이 중 여성에 대한 차별의 심각성이 전체적으로는 가장 적었지만, 남녀 간에 느끼는 차별의 체감괴리는 상당히 컸다. 70%의 여성은 심각하게 차별받는다고 답했고, 남성은 28.5%가 심각하게 차별받는다고 했다.

지난 8월 31일 국회는 그동안 많은 논란을 일으켰던 ‘성희롱 의원’에 대한 제명안을 표결에 부쳤으나 부결되었다. 여성에 대한 남성의 윤리의식이 어떠한지를 가늠하게 해주는 상징적인 사건이다. 성차별을 대수롭지 않게 생각하는 기성세대 남성이 갖고 있는 도덕적 무감각과 무신경의 반영이다. 갖가지 사회제도 현실과 가정 속에서 여성에 대한 억압, 차별, 비하가 상존한다. 사회적 약자인 여성은 상사, 관리자, 사회지도층 인사들로부터 성추행이나 성희롱을 당하기 일쑤이고, 그것의 거부로 인해 부당한 대우나 불이익을 입는 것이 부지기수이다. 이 모두는 남성이 여성에게 가하는 뿌리 깊은 성차별에서 기인한다.

학자들의 견해에 따르면, 여성차별주의는 여성에 대한 남성 지배를 정당화하는 가부장제에서 비롯되었다. 신석기 시대부터 시작된 가부장제도는 성 정체성을 형성하는 사회화 기제가 작동되며 계속 강화되었다. 고대사회로부터 현대사회에 이르기까지 그리고 동서양을 막론하고 편만해진 가부장제도는 다양한 외피를 입고 색다르게 나타났지만, 여성에 대한 남성 지배 내지 차별은 그치지 않았다. 현대에 들어와서 서구사회의 여성차별은 상당히 줄어들었지만, 아시아는 여전히 정치, 경제, 문화 전반에 걸쳐 작동되고 있다. 한국사회의 성차별은 전보다 외면적으로 개선된 듯하지만, 크게 달라지지 않았다.

기독교는 생성 초기부터 가부장제와 그에 따른 성차별주의에서 자유롭지 못했다. 성서 자체가 가부장적 환경에서 쓰여졌기 때문에 성차별을 옹호하는 여러 구절이 발견되기도 한다(창 3장, 고전 11:3∼7, 엡 5:23, 딤전 2:13∼14). 그러나 성서는 다른 한편으로 성차별을 비판하며, 남성과 여성의 지위 평등, 협력과 동반관계를 가르친다. 예수는 가부장적 유대사회의 성차별적 관행을, 특히 여성 억압과 비하 그리고 폭력을 경계하며 편견 없이 여성 편에 섰다. 사도 바울 역시 그리스도 안에서 하나님의 형상인 여성과 남성의 차별은 있을 수 없다고 일갈했다(갈 3:28). 그러므로 남녀평등, 여성차별, 여성에 대한 고용·승진의 기회균등, 여성의 사회참여 등이 여성윤리의 측면에서 마땅히 실현되어야 한다.

그렇다면 한국교회의 성차별주의는 어떠한가? 교회에서 여성이 전체 구성원의 70% 이상을 차지하지만, 여성차별은 일반사회보다 더하면 더했지 덜하지 않다. 교회는 여전히 가부장적 제도의 틀에 박혀 있다. 교회가 진정으로 신앙과 사랑의 공동체가 되려 한다면, 사회보다 앞장서 여성 차별적 관행이나 구습에서 벗어나는 본을 보여야 한다. 개신교 15개 교단의 여성안수 결의 현황을 보면 5개 보수 교단만이 여성안수를 인정하지 않고 있다(국민일보 8월25일자). 이것은 종교직위 평등 관점에서 과거보다 훨씬 향상된 모습이다. 교회에서 성차별의 벽이 서서히 무너지고 있다는 좋은 실례다.

강병오 교수 (서울신학대학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