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증’ 주연 권상우 “운명처럼 연기… 제 대표작 될겁니다”

입력 2011-09-02 17:32


“이 영화가 저의 대표작이 될 겁니다.”

오는 7일 개봉하는 영화 ‘통증’의 주연배우 권상우(35)는 1시간가량 진행된 인터뷰 내내 여러 번 이 영화에 대한 깊은 애정과 자신감을 내비쳤다. 작품성은 물론 흥행에도 자신이 있다는 얘기였다.

인기 웹툰 작가 강풀의 원안을 밑그림으로, ‘친구’를 연출한 곽경택 감독이 메가폰을 잡은 이 영화는 통증을 느끼지 못하는 남자 남순(권상우)과 조그만 상처도 치명적일 수 있는 혈우병을 갖고 있는 여자 동현(정려원)의 사랑을 그린 멜로 영화다.

지난달 29일 언론시사회가 끝난 뒤 만난 권상우는 “매번 내 영화에 자신감이 있었다”면서도 “현장에서 재미있게 촬영한대로 영화가 잘 나온 거 같지만 개봉일이 돌아오니 그래도 떨린다”고 말했다.

그는 “‘통증’은 이야기의 구조가 짜임새가 있다. 가진 것 없고 약한 젊은 남녀의 가슴 뭉클한 이야기라 매력이 있다”고 자랑했다.

남순은 어릴 때 자신의 실수로 교통사고가 나 가족을 모두 저세상으로 떠나보낸 인물. 사고 후유증으로 삶의 의미를 잃어 통증에 무감각해졌고, 자포자기 상태에서 자해공갈로 생계를 이어간다. 동현은 혈우병을 앓다 죽은 부모가 남긴 빚 때문에 길거리로 쫓겨나 행상을 하며 힘겹게 살아간다. 이 영화는 이렇게 상처투성이인 두 남녀가 만나 서로를 사랑하며 상처를 치유해 가는 이야기다.

권상우는 시나리오 초고를 읽고는 남순에게 흠뻑 빨려들었다고 말했다.

“그때는 감독도 결정이 안 되고 스태프나 배우들도 세팅이 안 됐을 때인데 시나리오가 너무 좋아 무조건 하겠다고 했어요. 그런데 그 뒤 너무나 좋은 분들이 영화에 합류하셨죠. 곽경택 감독님이 들어오실 거라고는 생각도 못했어요. 저에게는 운명적인 작품이었던 것 같아요.”

그는 남순과 동현의 사랑을 “아무런 계산도 하지 않고, 자기를 희생할 수 있는 첫사랑 같은 것”이라고 설명했다. 애착이 가장 많이 가는 신으로는 마지막 ‘미션’을 수행하기 전 승합차 안에서 “가보고 싶은 곳이 있어요. 나 이번에는 죽고 싶지 않아요”라고 본심을 털어놓는 장면과 빌딩에서 떠밀려 추락한 후 죽어가면서 동현에게 “울지마, 난 안 아파”라고 말하는 장면을 꼽았다.

이 영화에서 권상우는 무차별적으로 맞는 신이 유독 많았다. 그는 “정말 많이 맞았는데 화면에는 조금만 나와 오히려 아쉬웠다”며 “멍이 들고 얼굴이 부을 정도로, 대역 없이 직접 맞아가며 찍은 장면들”이라고 소개했다.

그는 남순은 몰골이 꾀죄죄한 캐릭터여서 촬영할 때 무척 편했다고 했다. “거울을 안 봐도 되고, 머리가 눌려도 상관없었죠. 자고 싶으면 자고, 옷을 대충 입어도 되니 촬영 현장에서 정말 자유로웠어요.”

그는 “남순은 감각을 느끼지 못하는 남자이기 때문에 표정 변화가 크지 않지만 다양하게 그를 연기하려고 노력했다”며 “‘동갑내기 과외하기’(2003)나 ‘말죽거리 잔혹사’(2004)는 너무 오랫동안 우려먹은 것 같다. 앞으로는 권상우 하면 ‘통증’이 떠올랐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그는 인터뷰 다음날 중국으로 출국했다. 청룽(成龍)과 공동 주연을 맡은 중국 액션영화 ‘12 차이니스 조디악 헤즈’(일명 ‘용쟁호투3’)를 촬영해야 하기 때문이다. 그는 청룽과 함께 영화를 찍는 것과 관련, “추석 때면 재키 챈(청룽이 미국 이름)이 출연한 영화를 보곤 했는데 그런 대스타와 함께 출연한다는 게 꿈만 같다”고 흥분을 감추지 못했다.

권상우는 앞으로 해외 활동을 강화할 계획이다. ‘12 차이니스 조디악 헤즈’ 외에도 중국의 스타 장바이즈(張柏芝)와 로맨스 연기를 펼친 ‘리핏 사랑해’가 12월에 중국에서 개봉될 예정이다.

내년 1월에는 할리우드 영화 촬영에도 들어간다. 그가 주연으로 나오는 화끈한 액션물인데 내년 하반기에 개봉될 예정이란다.

권상우는 “기회가 많이 주어지는 건 아니니까 욕심이 난다”며 “제 장점을 개발해 기적을 한번 이뤄보고 싶다. 꿈같은 기회이기 때문에 죽었다 생각하고 열심히 할 생각이다”고 말했다.

라동철 선임기자 rdchul@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