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기환 소방방재청장 “생명을 살리는 심폐소생술 전 국민에 보급”

입력 2011-09-01 20:18


“매년 2만1000명이 심장박동 정지로 돌연사하고 있습니다. 사망률이 폐암과 자살, 교통사고보다 많습니다. 심정지 환자 중 생존한 상태로 병원에 입원한 비율은 10명 중 1명꼴이고, 건강을 되찾아 퇴원한 경우는 전체의 2.5%에 불과합니다. 이 같은 수치는 미국 일본 등 선진국의 평균 생존퇴원율 16.3%보다 현저히 낮은 것입니다.”

현직 소방공무원으로는 처음 제5대 소방방재청장에 지난 7월 22일 취임한 이기환 청장은 1일 국민일보와의 인터뷰에서 “전 국민에게 심폐소생술을 보급하겠다”며 이같이 밝혔다.

이 청장은 “심정지 환자는 4분이 지나면 뇌가 손상되기 시작하지만 119 구급대가 출동해 환자를 병원으로 옮기는 데는 평균 20분이 걸린다”며 “심정지 환자의 80% 이상이 가정이나 공공장소에서 발생하는 만큼 심폐소생술 보급이 절실하다”고 말했다.

소방방재청은 11월 9일 제49회 소방의 날에 ‘생명을 구하는 사람들’이라는 슬로건을 내걸고 심폐소생술 보급에 본격 나설 방침이다. 중앙과 지방 소방학교, 소방서, 안전체험관 등을 대국민 심폐소생술 교육센터로 지정해 초등학생부터 일반인까지 심폐소생술 교육시키기로 했다. 또 식품위생법과 공무원교육훈련법, 도로교통법 등에 심폐소생술 등 응급처치 교육을 의무화해 관련 업계 종사자들에게 심폐소생술을 보급할 계획이다. 다음은 이 청장과의 일문일답.

-박연수 전 청장과 소방행정을 공개적으로 비판해 파문을 일으켰던 류충 충북 음성서장이 최근 해임됐다. 여파가 완전히 가시지 않고 있다.

“우리가 가장 먼저 이뤄내야 할 것은 화합하고 단결된 조직문화를 만드는 것이다. 2004년 6월 개청한 뒤 7년 이상이 흘렀지만 아직도 기술직과 일반직, 소방직 등의 직군별 칸막이가 높다. 융합·복합 직군을 통해 소통과 화합을 추진하겠다.”

-지난 7월 고양이를 구조하다 숨진 강원도 속초소방서 119대원의 국립묘지 안장이 무산된 것을 두고 논란이 많았다.

“화재진압과 인명구조, 구급업무, 실습훈련 외의 직무를 수행하다 순직한 경우 국립묘지의 설치 및 운영에 관한 법률에 따라 안장대상심의위원회에서 심의해 안장 여부를 결정하고 있다. 국립묘지 안장이 완전히 무산된 것은 아니고 현재 심의가 진행되고 있다. 이 같은 논란이 재발하지 않도록 119대원이 순직한 경우 별도 심사 없이 국립묘지에 안장되도록 관련 법 개정을 추진하고 있다.”

-해마다 300명 안팎의 소방공무원이 사고로 숨지거나 크게 다친다. 이에 대한 대책은.

“국민의 안전을 위협하는 생활 민원이 2009년 25만7766건에서 지난해 28만1743건으로 10% 넘게 늘었다. 이에 따라 직무 스트레스와 피로도 누적으로 안전사고가 자주 발생한다. 하지만 소방공무원 3교대를 위해 인력을 지속적으로 증원하고 있지만 지방자치단체의 재정으로는 한계가 있어 고민이다.”

-최근 급격한 기후변화로 자연재해가 늘고 있다.

“기후변화에 따른 방재 기준 가이드라인을 대폭 강화하는 방안을 추진 중이다. 국립방재연구소 연구 결과 2040년 강수량은 평균 10%, 2100년에는 15% 각각 증가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해수면은 2100년까지 평균 30㎝ 상승하는 것으로 나왔다. 이에 대비한 새 방재 기준을 연말까지 마련할 계획이다.”

황일송 기자 ilsong@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