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경직 목사에게 교회의 갈길을 묻다… 목회자·사모 속초서 ‘추양 세미나’

입력 2011-09-01 21:02


전남 순천 동명교회 박평순(65) 목사는 31일 아침 속초행 버스를 탔다. 7시간 거리였지만 가는 내내 설레었다. 은퇴 후 3년 전부터 중국 선교에 매진하고 있는 인천 대인감리교회 천모세(73·가명) 목사와 오희순(68·가명) 사모는 일정을 잠시 미루고 30일 귀국해 역시 속초로 향했다.

31일부터 2일까지 강원도 속초 설악동 추양MVP센터(이하 추양센터)에서 ‘왜 이시대, 한경직인가?’를 주제로 진행되고 있는 ‘2011추양세미나’에는 국내외 목회자와 사모 100여명이 고(故) 한경직 목사에게 길을 묻기 위해 모였다.

강사로 나선 이동원 지구촌교회 원로목사는 “한 목사님은 일제의 고문, 온갖 질병, 핍박 같은 고난을 믿음이 굳건해지는 기회라 여겼고 사람들을 긍휼히 여겼다”고 강조하며 “그 긍휼을 바탕으로 교단의 벽을 허무는 에큐메니컬 운동과 남북 평화통일운동에 앞장섰던 화해의 사람”이라고 소개했다. 이 목사는 이어 “우리는 크리스천이 정치가 아닌 복음으로 민족을 변화시켜야 한다는 것을 한 목사님이 벌인 민족복음화운동을 통해 배울 수 있다”고 덧붙였다.

천모세 목사는 “그동안 전도프로그램이나, 선교 매뉴얼에 우선순위를 뒀었는데 먼저 사람을 긍휼히 여기는 마음을 갖도록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올해 초까지 예일크리스천국제학교 교장을 역임한 이노일(39·온누리교회) 목사는 “북한에 학교를 세우려는 계획을 갖고 있다”며 “재정과 인력 문제를 고민하기 전 한 목사님처럼 북한을 사랑으로 품어야 한다는 것을 깨달았다”고 말했다.

참가자들은 이날 한 목사가 생전 기도했던 처소로 향했다. 추양센터 옆 둑길로 600여m를 가니 밤나무 숲이 나왔다. 그 안에 작은 바위가 놓여 있었다. 그가 새벽과 저녁마다 나라와 민족을 위해 기도했던 곳이다. 참가자들은 바위 근처에 자리 잡고 기도소리를 높였다. 잠시 후 여기저기서 흐느끼는 소리가 들렸다. 박평순 목사는 “우리 때문에 한국교회가 이렇게 어려워졌습니다. 물질, 권력의 욕심을 버리고 서로 화합하겠습니다. 더욱 낮아지겠습니다”라고 기도했다. 참회와 다짐의 기도였다.

기도를 마치고 참가자들은 한 목사가 생전에 가장 즐겨 불렀던 찬송 ‘지금까지 지내 온 것(301장)’을 불렀다. 제천영광교회 이태규(36) 목사는 “이번 세미나에서 한 목사님의 족적을 살피며 앞으로 목회방향을 정했다”며 “작은 예수라 불렸던 그분을 따라 청빈하고, 사랑 많은 목회자가 되겠다”고 말했다.

일부 여론에서 신사참배 등을 들어 한 목사를 비판한 것에 대해 남서울은혜교회 홍정길 목사는 다윗을 예로 들어 답했다. “다윗의 삶이 완벽했다 말할 수 없지만 하나님의 마음에 합당한 사람이었다는 것은 누구도 부인할 수 없습니다. 한 목사님은 잘못을 평생 눈물로 회개하셨습니다.”

속초=글·사진 이사야 기자 Isaiah@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