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CD업계 ‘사면초가’… 대형 패널 매출부진 속 중소형마저 ‘日의 역습’
입력 2011-09-01 19:25
국내 LCD 업계가 사면초가에 처했다.
1일 업계에 따르면 글로벌 경기 침체로 대형 패널의 수요가 감소한 데 이어 상대적으로 실적이 양호하던 중소형 패널마저 해외 시장의 압박이 거세다.
일본 도시바, 소니, 히타치 등 3개 기업이 31일 중소형 LCD 제조 합작사인 ‘재팬 디스플레이’를 내년 봄까지 출범시키기로 한 것도 세계 LCD 시장에서 우위를 차지하고 있는 국내 업체들에 대항할 연합군을 만들겠다는 뜻으로 해석된다.
그동안 세계적인 경기 침체에 따른 TV 수요 하락으로 대형 패널 매출 부진이 계속돼 왔다. 이때 숨통을 틔워준 것이 스마트폰의 약진이다. 스마트폰에 쓰이는 중소형 패널 매출이 늘어나 대형 패널 매출 부진을 어느 정도 상쇄할 수 있었다. 그러나 이제는 중소형 패널마저 위기를 맞게 된 것이다.
디스플레이서치에 따르면 2분기 중소형 디스플레이 시장점유율은 삼성모바일디스플레이가 16.0%로 1위를 차지한 가운데 샤프(14.1%), CMI(9.6%), LG디스플레이(6.9%), 도시바(6.4%), 소니(5.6%), AUO(5.3%), 히타치(5.0%) 등이 그 뒤를 잇고 있다. 업체들이 분기마다 10% 안팎의 고만고만한 점유율로 엎치락뒤치락하는 상황에서 세계 5, 6, 8위 업체들이 일본 정부의 주도 아래 하나로 뭉친 것은 한국 업체들에게 매우 위협적이다. 일본 업체들의 점유율을 단순 합산하면 삼성보다 많은 17%에 이른다.
업계 관계자는 “대형 패널 시장이 워낙 침체돼 있고 중소형의 경우 상대적으로 상황이 좋기 때문에 일본이 중소형 시장을 공략하는 쪽으로 방향을 잡은 것 같다”며 “일본 업계도 기술력을 가지고 있기 때문에 위협이 되는 것은 사실”이라고 밝혔다.
또 다른 관계자는 “일본 정부가 중소형 LCD 산업 육성에 적극 나서면 어떻게든 국내 업체들에게 영향을 미칠 수밖에 없다”며 “단기간 내 시장에 영향을 미치지는 않을 것으로 보이지만 추이를 잘 지켜보고 대응해야 한다”고 말했다.
한편 대형 패널 시장의 상황이 호전될 기색을 보이지 않자 삼성전자는 LCD 사업부에 대한 구조조정을 통해 임원 80명 가운데 10여명을 사실상 대기발령내는 조직 개편을 단행했다. 지난달 말로 예정돼 있던 중국 광저우 공장 건설을 연기했던 LG디스플레이 역시 조만간 대규모 구조조정에 나설 것이란 전망이 지배적이다. 업계 관계자는 “한때 효자 노릇을 톡톡히 했던 국내 LCD 산업이 본격적인 침체 국면으로 들어간 것 같다”면서 “국내 업체들이 당분간 투자를 자제하면서 위험 관리에 주력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임세정 기자 fish813@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