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겹살에 음주·흡연, 업무 스트레스 쌓이니… 한국男 대장암 발병률 세계 4위

입력 2011-09-01 21:36


대장암 적색경보가 켜졌다. 한국인 남성의 대장암 발병률이 아시아 1위, 세계 4위로 극히 위험한 수위에 달했다는 조사결과가 나왔다.

대한대장항문학회(이사장 오승택·서울성모병원 외과 교수)는 세계보건기구(WHO) 산하 국제암연구소(IARC) 자료를 바탕으로 2008년 기준 세계 184개국의 대장암 발병 실태를 조사한 결과, 한국 남성의 대장암 발병률은 10만명당 46.92명으로 슬로바키아(60.62명), 헝가리(56.39명), 체코(54.39명)에 이어 세계 4위에 올라있는 것으로 나타났다고 1일 밝혔다.

이는 아시아 국가 중 가장 높은 수치로 18위인 일본(41.66명)은 물론 대표적인 대장암 위험 국가로 알려진 미국(34.12명, 28위), 캐나다(45.40명, 9위) 등 북미 지역 국가나 영국(37.28명, 26위), 독일(45.20명, 10위) 등 유럽 대부분의 국가보다도 크게 높은 것이다(별표 참조).

여성의 경우는 남성처럼 높진 않았으나 10만 명당 25.64명으로, 전 세계 184개국 중 19위를 차지했다. 이 역시 영국(25.28명, 20위), 미국(25.03명, 21위), 일본(22.78명, 30위) 등보다 높은 수치다.

오승택 대한대장항문학회 이사장은 “대장암이 이렇듯 한국인에게서 많이 발생하는 이유는 육류 중심의 서구식 식생활습관과 과도한 업무 스트레스, 음주, 흡연 등 다양한 환경 요인의 영향으로 추정된다”고 지적했다.

실제 농림수산식품부의 통계에 따르면 우리나라 국민 1인당 연간 쌀 섭취량은 10년 전에 비해 20㎏(100공기) 감소(2000년 93.6㎏, 2009년 74.4㎏)한 것에 반해, 돼지고기와 소고기 등 붉은 육류의 1인당 연간 섭취량은 같은 기간 동안 2㎏ 이상 증가(2000년 25.0㎏, 2009년 27.2㎏)한 것으로 나타났다.

서울아산병원 외과 유창식 교수는 “대장암을 조기에 발견하고 예방할 수 있는 최선의 방법은 정기적으로 대장 내시경 검사를 받는 것”이라며 “대장암이 발견되는 평균 나이가 56.8세이므로 50세부터는 적어도 5년에 한 번은 대장내시경을 받는 것이 좋다”고 강조했다.

한편 대장암은 발암 초기에 발견하면 완치율(수술 후 5년 생존율)이 85.3∼96.4%에 이르지만 진행 단계인 3기 이후엔 5년 생존율이 72% 이하로 뚝 떨어진다. 그러나 현재 한국인 대장암 환자 2명 중 1명 이상(51.6%)은 3∼4기로 완치를 기대하기 힘든 진행 단계에서 지각 발견되고 있다.

이기수 의학전문기자 kslee@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