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세계육상] 피스토리우스 뛴 남아공 전체3위로 결승에

입력 2011-09-01 19:06

‘블레이드 러너’ 오스카 피스토리우스(25·남아공)의 감동 레이스가 또 한번 몬도 트랙 위를 수놓았다.

첫 번째 도전이었던 남자 400m에서는 준결승에서 레이스가 막혔지만 남자 1600m 계주에서는 소속팀의 결승 진출 주역으로 당당히 이름을 올렸다.

피스토리우스는 1일 대구스타디움에서 열린 남자 1600m 계주 예선에서 팀의 첫 번째 주자로 나서 역주를 펼쳤다. 피스토리우스가 스타트를 끊은 남아프리카공화국은 오펜츠 모가웨인-윌렘 드 비어-셰인 빅터가 이어 달린 끝에 남아공 신기록인 2분59초21로 결승선을 통과, 8팀이 겨루는 결승에 전체 3위로 진출했다.

이로써 피스토리우스는 첫 출전한 비장애인 대회에서 모국에 신기록을 선사했다. 1조 1번 레인에 배정된 피스토리우스는 의족의 한계로 다른 선수들에 비해 다소 느린 출발을 보여 거의 마지막으로 400m 지점을 통과했다. 하지만 모가웨인이 2위까지 순위를 끌어올렸고, 마지막으로 달린 빅터가 미국, 자메이카 팀에 이어 결승선을 통과하면서 조 3위까지 주어지는 결승 티켓을 확보했다.

대회 개막 전 피스토리우스의 계주 출전 사실이 알려지면서 그의 의족이 다른 선수에게 피해를 줄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되기도 했지만 이날 경기를 통해 그러한 우려는 어느 정도 덜 수 있게 됐다.

국제육상경기연맹(IAAF)은 피스토리우스가 계주에 출전하면 다른 선수와의 접촉 가능성이 적은 첫 번째 주자로 나서는 게 좋겠다는 뜻을 남아공육상연맹에 전달했고 남아공은 이를 수용했다. 계주에서는 보통 4명의 주자 중 가장 빠른 주자가 마지막으로 달리고 첫 번째 주자는 두 번째로 빠른 주자가 나선다. 피스토리우스는 경기 후 “남아공 기록을 갈아 치운 선수 네 명 중 한 명으로 이름을 올릴 수 있다니 믿을 수 없다”며 “나는 인생에서 축복을 많이 받은 것 같다”고 감격해했다. 2일 오후 9시15분 펼쳐질 결승에서 남아공이 메달을 획득할 경우 피스토리우스는 메이저대회에 출전해 메달을 획득하는 첫 번째 장애인 선수가 된다.

대구=김현길 기자 hgkim@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