與 연찬회 이모저모 “지금 한나라당은 중국집서 스파게티 파는 꼴”

입력 2011-09-02 01:03


‘오세훈의 길이냐, 새로운 길이냐.’

10·26 서울시장 보궐선거를 앞두고 한나라당 내 복지 노선 논쟁이 본격 점화됐다. 1일 충남 천안 지식경제공무원교육원에서 열린 ‘2011 한나라당 국회의원 연찬회’에서는 복지정책 방향 설정을 놓고 계파별로 의원들이 다른 주장을 내놓는 등 설전이 벌어졌다. 전날 보궐선거 전 ‘복지정책에 대한 당론 정립’을 촉구한 박근혜 전 대표의 발언이 촉매제로 작용한 셈이다.

친박근혜계 및 소장파는 재정 여건을 고려하되 ‘보편적 복지’에 가깝게 복지 분야에 대한 지원을 대폭 확대해야 한다는 요구를 쏟아냈다. 특히 이들은 이번 선거를 ‘무상급식 주민투표 2라운드’로 가져가서는 안 된다고 지적했다.

친박근혜계 구상찬 의원은 “(서울시장 후보로) ‘오세훈 아바타’는 안 된다”며 “재정건전성 범위에서 맞춤형 복지를 확대하거나 교육제도로 승부를 내든 해야 할 것”이라고 밝혔다. 소장파 홍정욱 의원은 “무상급식 주민투표 결과를 받아들이지 않는다는 것은 오만한 자세”라며 “일단은 보편적 복지 틀 안에서 무게중심을 어디에 둘지 논의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박 전 대표의 비서실장격인 이학재 의원은 “재정건전성을 해치지 않고 지속 가능하게 갈 수 있는 복지에 우리가 가야 할 방향이 있지 않느냐”고 말했고, 보건복지부 장관을 지낸 전재희 의원도 저출산 문제 해소를 위한 복지확대 필요성을 거론했다.

반면 친이명박계는 선별적 복지 기조를 유지해야 한다며 맞섰다. 주민투표 지원에 적극 나섰던 신지호 의원은 “민주당식 무차별적 복지는 사실상 부자복지나 다름없다”면서 “이번 선거는 원하든 원치 않든 복지정책이 가장 중요한 이슈가 될 텐데 기존 복지 노선을 유지 강화시키면 충분히 정면돌파할 수 있다”고 자신했다. 박상은 의원은 “박 전 대표도 보편적 복지를 한다는 게 아니냐”고 반문하면서 “예산이 그렇게 되겠느냐. 너무 좌클릭하는 것 같다”고 촌평했다. 안형환 의원은 “야당이 모델로 삼는 스웨덴마저 재정 부담으로 복지 시스템을 고쳐나가고 있다”며 ‘민주당 아류식 복지’에 반대했다. 신지호 의원은 “보편적, 선별적이라는 용어 대신 한나라당의 서민복지 대 민주당의 부자복지 대결로 가야 한다”고 주장했다.

다만 ‘선별적 복지냐, 보편적 복지냐’의 이분법적 틀을 깨야 한다는 데는 공감하는 의원들이 적지 않았다. 주요 선거를 앞두고 이 같은 복지 구도가 이어지는 게 야당이 바라는 구도라는 판단 때문이다. 홍준표 대표도 연찬회 개회사를 통해 “여당 내에서 결론이 났음에도 개인 소신을 내세워 소극적이거나 반대하는 모습을 보이는 것은 정말로 당의 결속을 위해 바람직하지 않다”며 당의 단합을 주문하기도 했다. 또 “정기국회를 앞두고 내년 총선을 의식해 몸보신에 열중하거나 자기 스타일을 고집하는 스타일리스트적 태도는 옳지 않다”고 했다. 박관용 전 국회의장은 특강에서 “한나라당은 당을 해체한다는 기분으로 옷을 갈아입어야 국민들이 새롭게 볼 것”이라며 “국민에게 달라지는 모습을 보이고 시대정신을 선점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보수적 가치에 확신을 해야 한다. 한나라당은 ‘중국집에서 스파게티를 파는 것과 마찬가지’라는 말이 나온다”고 덧붙였다.

정몽준 전 대표는 홍 대표와 박근혜 전 대표를 겨냥해 “카르텔을 맺었나”며 “비겁하게 하지 말고 일대일로 하시라 그래라”고 쏘아붙였다. 두 사람이 나경원 최고위원의 서울시장 출마 불가론을 퍼뜨리고 있다고 공격한 것이다.

한나라당은 2일 이틀째 의원 연찬회를 열어 자유토론을 벌인 뒤 그 결과를 담은 결의문을 채택할 예정이다. 아울러 연찬회에서 쏟아진 백가쟁명식 제안들을 토대로 당내 ‘복지특위’를 구성, 복지 논쟁을 매듭지을 계획이다.

1박2일간 진행되는 연찬회에는 첫날 150여명의 의원이 참석했다. 그러나 박 전 대표와 당으로 복귀한 이재오 전 특임장관은 불참했다.

천안=한장희 유성열 기자 jhha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