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론 따갑지만 법정다툼 자신?… 郭, 35억 건 ‘모험’
입력 2011-09-01 21:42
곽노현 서울시교육감이 1일 사퇴를 거부한 것은 ‘법리 싸움’으로 가겠다는 계산이 깔려 있는 것으로 풀이된다. 사퇴 여론이 거세지만 재판에서 법리적으로 다툴 경우 충분히 승소할 수 있다는 자신감이다. 서울시교육청 관계자는 “곽 교육감은 제기된 의혹에 대해 스스로 떳떳하다고 한다. 죄진 게 없기 때문에 사퇴를 안 하는 것”이라고 전했다.
곽 교육감은 박명기 서울교대 교수에게 “2억원을 줬다”는 사실과 “사퇴하지 않겠다”는 입장만 밝혔을 뿐, 전달한 돈의 조성 경위나 전달 이유 등에 대해서는 침묵하고 있다. 이는 쏟아지는 의혹에 일일이 대응할 경우 논란만 더 커지고, 향후 재판에서도 유리할 것이 없다는 판단 때문으로 풀이된다. 곽 교육감이 월례조회에서 “오늘 이 자리에서는 지금 제 안에 꿈틀대는 많은 말들을 접겠다”고 한 대목도 여론 공방이 아니라 향후 재판에서 적극 대응하겠다는 의지를 피력한 것으로 해석된다.
법리 다툼의 핵심이 될 대가성을 검찰이 입증하기 쉽지 않을 것이라는 판단도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곽 교육감 측은 2억원에 대해 일관되게 선의로 준 것이라고 설명하고 있다. 곽 교육감 캠프 관계자는 “곽 교육감은 법학 교수 출신이고 법을 잘 아는 사람”이라며 “단일화 거래가 없었는데도 2억원을 준 것 자체가 선의를 입증하는 결정적인 요소”라고 말했다.
단일화 과정에 참여해 검찰조사를 받은 이해학 목사 등도 “단일화에 뒷돈 거래는 없었다”며 곽 교육감 측 주장에 힘을 실어주고 있다. 재판에서 당선무효형이 나올 경우 선거 보전 비용 35억원을 반환해야 하는데도 곽 교육감이 배수의 진을 친 것은 이처럼 법리 다툼에서 승리를 자신하기 때문이다.
사건 당사자인 곽 교육감이 전략적 침묵을 유지하는 가운데 측근들은 각종 의혹을 적극 해명하면서 외곽 지원을 하고 있다. 선거당시 곽 교육감 캠프였던 ‘2010 서울시 민주진보교육감 후보 선대본부’는 기자회견을 열고 “선거비용 보전과 관련된 협상은 공식 협상이 결렬된 후 양측 실무자들의 개인적 술자리에서 나온 얘기가 와전된 것”이라고 주장했다.
진보진영의 여론이 바뀌고 있는 상황도 사퇴불가 방침에 힘을 실어주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사태 초기만 해도 보수진영은 물론 진보진영에서도 곽 교육감 사퇴를 촉구하는 목소리가 높았다. 그러나 불과 며칠 사이에 시교육청 홈페이지와 트위터 등에서는 검찰 수사를 비판하며 곽 교육감의 사퇴를 만류하는 목소리가 힘을 얻고 있다. 시교육청 홈페이지에는 “사퇴하지 말라” “힘내라”는 글이 지속적으로 올라오고 있다.
곽 교육감은 검찰 조사에 앞서 재차 입장을 밝히는 방안도 고려하고 있다. 곽 교육감 측에 따르면 이르면 2일이나 주말쯤 곽 교육감이 자신의 입장을 기자회견 방식으로 설명할 계획이다. 검찰 출두 전 쏟아져 나온 의혹을 해명하고 수사에 당당하게 응하는 모습을 보여 여론 반전을 노리는 전략으로 해석된다.
임성수 정부경 기자 joylss@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