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행 가계대출 재개 첫날… 대출 문의는 많은데 창구는 한산

입력 2011-09-01 21:33

지난달 일시 중단됐던 시중은행 가계대출이 1일 전면 재개되면서 각 은행 영업점에는 하루 종일 대출을 문의하는 고객 전화가 이어졌다. 그러나 은행들이 대출 심사 강화 방침을 안내하고 우대금리 혜택을 줄이면서 고객들의 대출 체감 금리도 높여 영업점 대출 창구는 평상시 수준을 유지했다.

이날 오후 12시15분쯤 서울 미금동 농협 지점에는 점심시간에 짬을 내 대출 상담을 받으러 온 고객이 1명밖에 없었다. 농협 관계자는 “가계대출이 다시 시작됐다는 소식을 듣고 가능 여부를 묻는 고객들 전화가 많이 왔지만 영업점을 찾아온 고객은 별로 없었다”고 말했다.

전세자금 대출 1억5000만원을 받을 수 있느냐는 기자의 질문에 상담원은 “가능하다”며 상품과 금리, 상환 방식 등을 설명해 줬다. 상담원은 “주택담보 대출도 가능하다”며 “월급 통장을 농협으로 하면 우대금리를 적용받을 수 있고 최대 10년 거치식도 가능하다”고 설명했다.

신한은행 서소문동 지점도 상황은 비슷했다. 대기 고객이 없어 기자가 번호표를 뽑자마자 곧바로 상담원 호출이 왔다. 상담원은 2억원 상당의 아파트 구입자금 대출 문의에 “1억2000만원까지 (대출이) 가능하다”고 답했다. 이어 “주택담보 대출을 받고 부족분은 신용대출을 통해 충당할 수 있다”는 말도 덧붙였다. 그러나 상담원은 “우대금리 등 혜택이 줄어 체감 금리가 싸지는 않을 것”이라며 “대출금리는 최소 5% 후반 이상이 나올 것”이라고 설명했다. 정부의 가계대출 규제 방침이 은행권 대출금리 상승으로 이어지고 있음을 보여주는 대목이다.

우리은행 역시 이날부터 가계대출 문턱을 낮추겠다고 했지만 영업점 대출 창구를 찾는 고객은 많지 않았다. 우리은행 관계자는 “고객 상담 시 ‘대출 목적 관련 서류를 제출한 뒤 협의를 거쳐야만 대출이 가능하다’는 설명을 해주고 있다”며 “자금 용도가 불명확한 생활자금용 주택담보 대출이나 마이너스통장 개설, 주식투자 대출이 어렵기 때문에 창구를 찾는 고객이 늘지 않은 것”이라고 말했다.

농협 관계자도 “대출 상담을 할 때 대출 목적을 꼭 물어보는 심사를 엄격히 하고 있다”며 “전세·주택자금이나 자녀 결혼, 학자금 등 실수요 목적의 자금 대출이 아닌 고객들 사이에서는 은행권 대출 포기 분위기가 감지되고 있다”고 말했다.

이 같은 분위기는 신용등급 중간 이하 계층에서 더욱 확산되고 있다. 한 대형 시중은행 관계자는 “신용등급 중간 이하 고객들이 은행권의 대출심사 강화와 가산금리 인상 소식에 지레 겁을 먹고 대출을 포기하는 것 같다”고 말했다. 다른 은행 관계자도 “결국 신용 7등급 이하 고객들이 은행 대출을 포기하고 2금융권으로 가는 것 같다”고 말했다.

전웅빈 기자 imung@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