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가 쇼크] 한은 “5%선까지 넘다니…” 예상 웃도는 상승률에 당혹

입력 2011-09-01 21:43


물가 안정이 기관의 설립 목적인 한국은행은 8월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5%를 넘어서자 “예상보다 훨씬 높다”며 당혹감을 감추지 못했다. 한은법 개정안 통과의 기쁨은 하루를 넘기지 못했다.

한은 내에서는 대부분 통계청의 8월 물가동향 발표 직전까지 “7월보다 물가가 오르겠지만 5%선을 넘지는 않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몇몇 임원은 “4.8%가 유력하다”는 전망을 내놓기도 했다. 하지만 결과는 5.3%로 전월보다 무려 0.6% 포인트나 높았다.

한은 관계자는 “예상을 웃도는 물가 수준”이라며 “올 물가전망 수정치인 4.0%보다 높아지는 쪽에 힘이 실리는 것은 맞다”고 말했다. 그는 그러나 “예상보다 높게 나온 부분을 유심히 살펴봐야 한다”며 “채소 가격과 금값이 물가 급등을 이끌었는데 이 요소들이 지속성을 갖고 있는지가 향후 물가 수준을 가늠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한은 내부엔 채소 가격과 금값의 변동성이 큰 만큼 섣불리 4.0% 목표 달성이 어려울 것이라고 단정할 수는 없다는 목소리도 있다.

예상을 넘는 고물가로 기준금리를 정하는 금융통화위원회의 고민이 더욱 깊어지게 됐다. 금통위는 지난달 미국의 신용등급 강등에 다른 세계 경기둔화 조짐으로 내수 및 수출에 부정적인 영향이 예상됨에 따라 금리 인상 기조를 고집하기 어려워졌다. 이런 가운데 물가가 3년 만에 최고 수준으로 오르면서 금리 딜레마에 빠진 모양새다. 게다가 자금 수요가 많은 추석 등 명절을 앞두고 있어 금리 결정에 더욱 신중해질 수밖에 없다. 브라질 중앙은행이 31일(현지시간) 올 들어 처음 금리를 내리는 등 각국이 다시 경기부양에 나서는 점도 신경 쓰이는 부분이다.

증권업계 전문가들도 예상을 크게 넘는 물가 상승세에 놀라는 모습이었다. 서대일 대우증권 연구원은 “연간 4.4%의 물가상승률을 예상하고 있는데, 앞으로 예상치를 상향 조정할 가능성도 있다”고 말했다. 하나대투증권 소재용 이코노미스트는 “9월 이후엔 기저효과 등으로 물가상승률이 낮아지겠지만 4%대 물가는 상당히 오래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고세욱 기자 swkoh@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