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역수지 흑자 급감 왜… IT 부진에 휴가철 겹쳐
입력 2011-09-01 21:43
지난달 무역수지 흑자 규모가 8억 달러대로 떨어진 것은 하계 휴가철이란 계절적 요인이 크게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미국 수출이 감소세로 돌아서고, 유럽 수출도 둔화된 점으로 미뤄 선진국 경제위기가 본격적으로 수출에 반영되는 것 아니냐는 우려도 없지 않다.
1일 지식경제부에 따르면 8월 무역수지 흑자는 8억2100만 달러로 지난해 1월 8억 달러 적자 이후 19개월째 흑자 기조를 이어갔다. 그러나 지난달 월간 사상 최대치였던 63억1600만 달러에 비해 55억 달러나 감소했다. 특히 미국 수출이 5.9%나 줄었고, 유럽 수출은 7% 증가하는 데 그치는 등 선진국 수출이 크게 부진했다. 반면 일본 수출은 30.6% 늘었고 아세안과 중국도 각각 26.9%, 16.5% 늘어나는 등 개도국 수출이 호조를 보였다.
업종별로는 침체 국면에 빠져든 반도체, 액정디바이스 등의 수출이 지난해에 비해 크게 감소한 반면 석유화학, 철강, 자동차 등 주력 제품은 꾸준한 증가세를 보였다.
품목별 증가율은 석유제품 84.5%, 선박 77.5%, 석유화학 34.0%, 자동차 32.5%, 자동차부품 31.7%, 철강제품 30.9% 순이었다. 액정디바이스(-21.5%), 반도체(-14.1%)는 수출이 큰 폭으로 감소했다.
수입은 455억6000만 달러로 사상 최대치를 기록했다. 원자재 가격 상승이 주된 원인이었다. 원유는 도입 단가가 전년 동월(배럴당 74.4달러) 대비 51% 높아진 112.3달러를 기록하며 총 수입액이 45.6% 증가했다. 석탄과 가스도 각각 27.5%, 33.5% 늘었다. 이는 무역수지 흑자 규모를 축소시킨 주요 원인으로 지적된다. 이 밖에 항공기 및 부품(172.3%)과 돼지고기(92.1%), 의류(45.4%) 등도 수입이 가파르게 상승했다.
지경부는 계절적 요인에다 IT 수출 부진과 철강·자동차·선박 등의 7월 조기 수출로 무역 흑자가 줄었다고 분석했다. 지난해 8월에도 무역수지 흑자 폭이 크게 축소됐던 것과 같은 맥락이어서 9월에는 수지가 개선될 것이란 설명도 덧붙였다. 그러나 유럽과 미국의 금융불안 여파가 올 하반기로 갈수록 본격 나타날 것이란 분석이 제기된다. 지경부 관계자는 “IT를 제외하고 대부분 주력 업종에서 수출이 꾸준히 늘고 있어 긍정적”이라면서도 “일부 전문가들 사이에서 올해 말에는 수출이 더욱 어려워질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오고 있어 예의주시하고 있다”고 말했다.
노석철 기자 schroh@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