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가 쇼크] 정부 “추석 후엔 꺾일 것” 장담에 전문가들 “글쎄…”
입력 2011-09-01 21:43
정부는 지난달 물가 급등의 주범으로 채소류와 금반지를 지목했다. 추석이 지나면 물가상승률이 한풀 꺾일 것이라고 했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이달 이후의 물가 전망도 밝지 않다고 입을 모은다. 기후나 대외 변수에 크게 영향받는 농산물·석유류를 제외한 근원물가마저 상승세에 가속도가 붙고 있기 때문이다.
◇한 달 새 배추 116.6%, 무 126.6% 폭등=기획재정부는 1일 이례적으로 임종룡 1차관이 기자실을 찾아 물가동향 분석 결과를 설명했다. 연간 물가상승률 목표인 4%를 지켜내겠다고 수차례 공언한 정부에 5.3%라는 물가상승률은 엄청난 충격이었다.
임 차관은 “물가가 상승세인 것은 사실이고 서민 부담이 커지는 것도 맞다”고 말을 뗐다. 이어 “지난달에는 기상 여건 탓에 채소류 가격이 많이 올라 상황이 쉽지 않다”며 “목표를 4%로 설정하고 있고, 정부로서는 남은 기간 최선을 다하겠다”고 했다. 사실상 4% 물가 목표선이 무너졌음을 시인한 것이다.
정부는 변동성이 큰 채소류 가격과 금값이 물가 상승을 주도했다고 꼽았다. 배추는 7월에 비해 116.9%, 무는 126.6% 값이 뛰었다. 폭우 영향으로 생산과 출하에 지장을 받았다는 설명이다. 지난달 하순부터 날씨가 좋아졌기 때문에 이달 이후에는 가격 하락이 예상된다는 전망도 곁들였다.
배추는 정부의 물가 대응이 얼마나 엇박자인지 보여주는 대표적 품목이다. 정부는 지난해 가을 작황 부진에 따른 배추파동의 대책으로 중국산 배추를 대량 수입했다. 이 때문에 배추값은 폭락했다. 급기야 지난 5월 정부는 남아도는 배추를 폐기하거나 수출하는 내용을 담은 대책을 내놨다.
하지만 4개월을 채우기도 전에 폭락했던 배추값은 폭등세로 돌아섰다. 폭등과 폭락이 주기적으로 되풀이됐지만 정부 대책은 무관세 수입과 비축물량 방출뿐이다.
◇근원물가마저 들썩=가장 큰 문제는 근원물가마저 불안하다는 데 있다. 지난해 2% 수준을 오르내리던 근원물가 상승률은 지난달 4%대로 올라섰다. 10개월 연속 오름세다. 인플레이션 기대심리가 확산되면 근원물가는 가파르게 오른다. 근원물가에 포함되는 개인서비스, 집세(전·월세) 등의 상승세는 좀처럼 진정될 기미를 보이지 않고 있다.
한국은행이 조사하는 기대인플레이션율(1년간 물가 상승에 대한 소비자 전망)은 지난달 4.2%로 2년5개월 만에 최고치를 기록했다. 그만큼 물가가 오를 것이라는 심리가 팽배해 있다는 뜻이다. 현대증권 이상재 이코노미스트는 “집세나 공공요금 인상에 따른 개인서비스 가격 상승이 인플레이션 기대심리를 자극하는 요인이 된다”며 “물가 안정이 쉽게 이뤄진다고 예상하긴 어렵기 때문에 정책금리 인상 가능성은 열려 있다는 신호를 보낼 필요가 있다”고 했다.
또 정부의 목표치(연간 물가상승률 4%)는 사실상 물 건너갔다는 분석이 압도적이다. 통계청은 4%를 달성하려면 9∼12월 평균 물가상승률을 3%로 묶어야 한다고 했다. 동양종금증권 이철희 이코노미스트는 “농축산물 가격이 올라 외식비 상승으로 전환되고, 이어 개인서비스 가격까지 올라가는 사이클이 문제”라며 “농산물 가격 상승은 조금만 통제하면 완화될 것이지만 계속 상승 추세를 나타내는 전·월세 가격을 잡는 것이 급선무”라고 지적했다. 우리선물 김지만 연구원은 “미국의 경기부양 대책에 따른 기대심리로 인해 국제 곡물 가격이 이달에도 강세를 유지할 것으로 보여 물가 압박은 상당 기간 계속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선정수 이경원 기자 jsu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