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랍혁명 열매 서방에 안뺏겨야”… 이란 최고지도자 알리 하메네이, 아랍 국가들에 경고

입력 2011-09-01 18:18

이란의 최고지도자 아야톨라 알리 하메네이(72)가 아랍혁명의 열매를 서방에 뺏기지 말라고 아랍 국가들에 경고했다.

그는 “리비아 이집트 튀니지 예멘 등 국가는 스스로 성취한 승리를 적들에게 뺏기지 않도록 해야 한다. 주의를 게을리해서는 안 된다”고 말했다고 AP통신이 31일(현지시간) 보도했다. 하메네이는 라마단이 끝난 것을 기념하는 이드 알 피트르 축제를 맞아 이날 테헤란 대학에서 연설했다.

그는 이어 “미국 등 제국주의 국가들이 현 상황을 이용하도록 내버려둔다면 이슬람 세계는 10년 안에 커다란 위기를 맞게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리비아 국민에게는 미국을 비롯한 서방이 한때 리비아를 적대시했던 세력이라는 사실을 잊지 말라고 당부했다.

하메네이의 연설은 아랍혁명으로 주변국에 대한 자국의 영향력이 줄어들 것을 걱정하는 이란 지도자들의 모습을 보여줬다고 뉴욕타임스(NYT)는 분석했다.

이란은 중동에서 영향력 유지를 위해 리비아 지원에 나서는 등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알리 아크바르 살레히 이란 외교장관은 그동안 비밀리에 리비아 반정부세력을 지원해 온 사실을 30일 밝혔다. 식량과 의약품을 실은 배를 반정부세력 근거지인 벵가지에 4차례 보냈다는 것이다.

강력한 동맹국인 시리아의 반정부시위에 대한 이란의 입장에서도 변화가 나타나고 있다. 살레히 외교장관은 “시리아 정부는 국민의 정당한 요구를 인정해야 한다”고 지난 27일 촉구했다. 반정부시위가 일어난 뒤 이란이 화해를 언급한 건 처음이다. 시리아 정권이 무너질 경우 중동에서 자국의 전략적 이해에 손실이 불가피하다고 판단하기 때문이다.

권기석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