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비아인-아프리카 이주노동자 갈등 심각”… 노석조 특파원, 트리폴리 르포
입력 2011-09-01 18:18
리비아인과 아프리카 이주노동자 사이에 갈등의 골이 깊어지고 있다. 이들의 갈등은 향후 리비아 안정화에 큰 걸림돌이 될 것이라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지난 30일 오후 1시(현지시간) 리비아 트리폴리 한 주유소에서 차드에서 온 압두 자크리(41)씨와 리비아인 2∼3명 사이에 고성이 오가며 작은 다툼이 벌어졌다. 순식간에 100여명의 사람들이 이들을 둘러쌌다. 이들 중 AK소총을 메고 있던 리비아인은 자크리씨를 향해 “인타 무르타자카? 엠쉬!(너 용병이지? 꺼져라)”라고 손가락질하며 소리쳤다. 이주노동자일 뿐인 그에게 카다피 정부로부터 돈을 받고 시민군을 공격한 용병이라고 낙인찍고 비하한 것이다. 순간 자크리씨의 얼굴은 어두워졌고, 주유도 못한 채 아침부터 기다린 줄에서 빠져나왔다.
이 광경을 본 리비아 택시운전기사 사드 가브릴(43)씨는 “아프리카인은 돈을 벌기 위해 리비아로 헤로인 같은 마약을 들여오고 있다는 소문이 퍼져 있다”며 “내 택시에 아프리카인은 절대 안 태운다”고 말했다.
아프리카인들의 리비아인에 대한 반감 또한 만만찮다. 이날 카다피 용병이라고 놀림 받은 자크리씨는 “아프리카 사람들 중에 억울하게 카다피 용병으로 오해받아 시민군에게 죽임을 당하고, 수크 줌마 지역 포로수용소에 잡혀 있기도 하다”고 말했다. 그는 주유소에서 멀리 떨어진 트리폴리 구시가지의 아프리카인 거주지에 가서야 이렇게 털어놨다. 그는 이어 “리비아 거주 아프리카인 대부분은 NTC를 공식 정부라고 인정하지 않는다. 카다피는 아프리카인들에게 일자리를 제공해 줬다”며 은근히 카다피를 두둔하기도 했다.
리비아인과 아프리카인의 갈등을 심화시키는 증언은 곳곳에서 나오고 있다. 리비아 최대 규모 병원인 살라 에딘의 의사 이맘씨에 따르면 시민군 중 일부는 치료를 마치고 나가는 아프리카인을 용병이라며 총을 쐈다. 그가 용병인지는 확인되지 않았다.
이날 저녁 자크리씨 집에 모인 차드인들은 “시민군 중 카다피를 지지했던 이들도 분명 많다”며 “구분하기 힘드니까 인종이 다른 우리에게 화살을 돌린다”고 말했다.
트리폴리=stonebird@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