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의 전쟁… 토론 ‘빅매치’ 연고전 승자는 누구
입력 2011-09-01 18:02
tvN ‘대학토론배틀’ 결승 진출팀 ‘월화수목금토론’과 ‘토론헌터’
획일적 입시교육의 터널을 지나 대학에 진학한 우리나라의 20대는 곧바로 살인적 등록금과 좁은 취업문 걱정에 허덕여야 한다. 이렇다할 ‘대화의 기술’을 익히고 다듬을 시간이 없다. 기성세대처럼 신세대 사이에서도 ‘토론 문화’가 희박한 건 어쩔 수 없는 일이다.
이 같은 분위기에서 케이블 채널 tvN이 방송하는 ‘대학토론배틀’이 눈길을 끌고 있다. 서류 전형과 면접 등을 통해 전국에서 선발된 대학팀은 32개. 이들은 지난 7월부터 총 상금 2000만원을 놓고 토너먼트 방식의 토론 경기를 벌였다. 토론 주제는 ‘스무 살의 절망은 20대 책임인가, 사회의 책임인가’ ‘닷컴은 언론을 병들게 하는가’ 등 묵직한 내용이었다. 전·후반전으로 나뉜 경기가 끝나면 토론평가단과 심사위원단의 점수를 합쳐 당락이 결정됐다.
지난 26일, 이러한 과정을 거쳐 결승전에 진출한 두 팀의 팀장을 서울 상암동 CJ E&M 센터에서 만났다. 고려대생 7명으로 구성된 ‘월화수목금토론’의 이재욱(25·고려대 정치외교학과 05학번)씨, 연세대생 7명이 모인 ‘토론헌터’의 황귀빈(24·연세대 의류환경학과 06학번)씨였다. 결승전 녹화가 시작되기 4시간을 앞둔 시점이었다.
두 사람에게 우선 결승에 오른 심경을 물었다. 이씨는 “나의 토론 능력을 공개된 시험장에서 검증 받고 싶어 출전했을 뿐인데 뜻밖에 결승까지 오르게 됐다”며 웃음을 지었다. “결승을 앞두고 있지만 저희 팀 실력이 1등, 혹은 2등이라고 생각하진 않아요. 운이 좋았을 뿐이죠. 이번 대회 덕분에 그간 대학 생활에서 가장 뜨거운 여름을 보냈던 것 같아요.”
황씨는 “지난 두 달은 힘들었지만 즐거웠던 시기”라고 했다. 그는 “새 학기를 앞두면 보통 ‘열심히 해보자’는 생각을 하게 되는데 지금은 올 여름 내내 토론하느라 힘이 다 빠진 상태”라고 했다.
두 팀의 색깔은 완전히 구분된다. ‘월화수목금토론’은 토론 경험이 일천한 7명이 모인 ‘외인구단’ 같은 팀이다. 반면 ‘토론헌터’는 교내 학생 중 각종 토론대회에서 입상 경력이 있는 ‘토론 선수’들로 구성됐다. 이런 사정을 알기에 이씨는 “우리가 질 게 뻔하다”며 연신 너스레를 떨었다. 황씨는 “우리 팀은 토론을 재미없게 해서 높은 점수를 받을지 모르겠다”며 자세를 낮췄다.
토론에 있어 가장 중요한 부분이 무엇인지를 묻자 두 사람 모두 “진정성”이라고 입을 모았다. 이씨는 “냉철한 질문과 답변도 중요하지만 상대방이 공감할 수 있는 따뜻한 화술이 토론의 가장 중요한 부분인 것 같다”고 말했다.
두 팀은 이날 ‘대한민국, 개천에서 용 나는 사회입니까’라는 주제를 놓고 토론을 벌였다. 과연 ‘토론 연고전’의 승자는 누가 됐을까. 결승전 결과는 오는 3일 낮 12시에 방송을 통해 확인할 수 있다.
박지훈 기자 lucidfall@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