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환자 안전 내팽개친 민노총 꽹과리 시위
입력 2011-09-01 19:31
민주노총 간부들과 산하 보건의료노조 서울지부 지도부가 한밤중에 국립중앙의료원에 들어가 병실 앞에서 꽹과리를 치고 확성기로 구호를 외치는 보기 드문 사태가 발생했다. 지난달 29일 파업 전야제를 벌이던 국립중앙의료원 조합원들이 상급단체인 민주노총 간부들과 함께 벌인 일이다. 힘들게 투병생활을 하는 환자들은 안중에도 없는 몰염치한 행패가 아닐 수 없다.
이번 갈등은 국립중앙의료원이 지난해 4월 병원 현대화를 위해 특수법인으로 바뀌면서 347명의 조합원을 가진 민주노총 계열의 노조가 새로 생겨 시작됐다. 노조는 올해 9.5% 임금인상을 요구하며 사측과 6차례 협상을 벌였고 최근 찬반투표를 통해 파업을 결정한 상태다.
조합원의 복지향상을 위해 노조는 다양한 방법을 동원할 수 있다고 본다. 그러나 국립중앙의료원은 사정이 다르다. 보건복지부 산하 공공 병원으로 정부로부터 1년에 300억원씩 지원받고 있다. 의료 장비 노후화 등으로 적자를 면치 못해 정부의 도움 속에 재기를 도모하고 있는 것이다. 한때 동양 최고 수준의 장비와 의료기술을 자랑하며 서민들의 사랑을 받았던 옛 명성을 되찾기 위해 노사가 힘을 합해야 할 시점이란 뜻이다.
사정이 이런데도 민주노총 간부들과 노조원들은 임금인상 등을 요구하며 환자들에게 불편을 끼치는 꽹과리 시위를 벌였다. 병원은 의사나 간호사를 위해 존재하는 것이 아니라 환자들을 위해 존재한다는 사실을 잊었는지 되묻고 싶다. 정부 지원으로 운영되는 이 병원의 주인은 사실상 국민인데도 주인처럼 행동하는 노조원들의 처신을 이해할 수 없다.
1958년부터 서민의 공공병원으로 명성을 이어온 국립중앙의료원 노사가 이 정도 시련을 극복하지 못하지는 않을 것이다. 파업 결의만 하고 돌입에 들어간 것도 아닌 만큼 양측은 무릎을 맞대고 의견차를 좁히기 바란다. 그렇게 하는 것이 이 병원의 부활을 바라는 국민들의 염원에 답하는 길이기도 하다. 심야의 꽹과리 시위로 불편을 겪은 환자들에게도 사과의 뜻을 밝히기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