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막중한 책임감’ 말장난으로 버틸 셈인가
입력 2011-09-01 19:33
교육감 선거 후보 단일화를 위해 중도하차한 박명기 서울교대 교수에게 2억원을 줬다고 시인한 곽노현 서울시교육감의 검찰소환 시점이 다가오고 있다. 박 교수는 구속됐고, 돈 전달 통로인 곽 교육감의 친구와 부인 등에 대한 조사가 끝나 올 추석 이전에 곽 교육감에 대한 사법처리 절차가 매듭지어질 가능성이 크다고 한다.
이런 가운데 곽 교육감이 어제 월례 직원조회 발언을 통해 교육감직에서 사퇴할 의사가 없다고 공식적으로 밝혔다. 이미 ‘총체적 진실’을 이야기했으므로 ‘막중한 책임감’으로 교육감직을 수행하겠다고 했다.
‘총체적 진실’이라 함은 그가 지난달 28일 언급한 대로 ‘선의’로 2억원을 건넸다는 의미일 것이다. 후보 단일화의 대가가 아니라는 주장이지만 수사진행 상황으로 볼 때 법망을 비켜가려는 꼼수로 읽힐 뿐이다. 또 뒷거래 의혹이 구체화되고 있어 그가 서울의 교육을 진두지휘할 자격을 상실했다고 보는 시각이 상식일 것이다. 한나라당은 물론 민주당 지도부조차 자진사퇴를 요구하고 있다. 하지만 그는 ‘막중한 책임감’ 운운하며 억지를 부리고 있다. 비리 의혹을 받고 있는 곽 교육감이 아이들에게 무엇을 가르칠 수 있겠으며, 아이들은 곽 교육감을 보며 무엇을 배울 수 있겠는가. 곽 교육감이 책임감을 가져야 할 부분은 교육감 자리가 아니라 뒷거래 의혹이다.
곽 교육감의 뻔뻔한 언행에는 소위 진보·좌파 진영이 곽 교육감에게 우호적인 분위기로 돌아선 점이 영향을 미친 듯하다. 진보세력은 당초 정치보복 수사라고 주장하다 검찰 수사에 압박을 느낀 곽 교육감이 돈 준 사실을 털어놓자 사퇴 불가피론을 제기했었다. 하지만 지금은 ‘곽 교육감 구하기’로 입장을 선회했다. 전병헌 의원 등 민주당 일부 의원들도 “마녀사냥식 여론재판으로 매도해선 안 된다”며 곽 교육감을 두둔하고 있다.
이들 내부에서는 곽 교육감이 낙마하면 내년 총선과 대선 때 진보진영 전체가 어려움에 직면할 수 있다는 말이 나오는 모양이다. 곽 교육감 소환조사 및 사법처리, 그리고 재판이 진행되는 과정 내내 시끄러울 듯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