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이심] 노인사회가 변하고 있다

입력 2011-09-01 19:32


42년의 역사를 자랑하는 대한노인회는 하부단위까지 탄탄하게 구성돼 잊혀져가는 사랑방문화를 우리의 생활 속에 실천·보급하고 있다. 지난 1년여 동안 필자는 대한노인회란 거대 단체의 중심에 서서 의욕적으로 그리고 자부심을 갖고 일에 몰두해왔다.



농어촌 경로당으로부터 서울 중심 아파트촌 경로당까지, 전국 260만명 회원은 물론 540만 노인을 대변하는 단체가 바로 대한노인회다. 이처럼 방대한 단체를 책임지는 소임을 맡았다는 것이 개인적으로는 영광이기도 하고 소중한 기회를 준 전국의 노인 회원 여러분들에게 고맙기도 하다.

얼마 전 어떤 분이 중앙회를 방문했다. 지하철 폐지 수거를 해 오던 노인들이 서울메트로의 정책변경으로 더 이상 폐지 수거를 못하게 됐으니 이를 다시 할 수 있도록 해 달라는 것이었다. 가뜩이나 만성적자에 시달리는 서울메트로가 그동안 관행적으로 해 오던 노인들의 폐지 수거를 막고, 일부러 용역직원을 써 폐지 수거를 하는 방안을 마련한 것은 부당하다는 의견이었다. 일견 타탕한 의견이고, 검토해볼 만한 사안이어서 서울메트로 쪽에 업무협조를 해 볼 수 있겠다 싶었다.

그는 이야기를 나누고 돌아가면서 “대한노인회가 한가로이 노인사랑방 역할을 하는 곳인 줄만 알았는데, 직접 와보니 모두가 바쁘고 역동적으로 일을 하는 것 같아 놀랐다”고 했다. 일을 열심히 해 달라는 덕담으로 건넨 말일 수도 있겠지만, 나는 적잖은 충격을 받았다. 그동안 노인회의 이미지가 이런 수준이었던가?

대한노인회를 은퇴한 노인들이 소일하는 공간으로 인식하는 것은 어느 정도 이해가 되기도 한다. 그러나 지금 노인의 위상과 역할은 크게 달라지고 있다. 과거처럼 ‘뒷방 늙은이’의 역할을 해서도 안 되고, 또 할 수 없도록 시대가 요구하고 있기 때문이다. 노인인구가 세대 구성의 10%를 넘었으며, 불원간 인구 구성의 20%까지 육박할 정도로, 고령화 사회는 급속히 다가오고 있다. 노인들이 역동적으로 일을 함으로써 사회와 국가에 보탬이 되고, ‘2모작 인생’을 살아가면서 그동안 쌓은 능력과 지혜를 발휘해 보람을 찾는 노인들이 늘어나고 있는 게 사실이다. 이런 변화가 앞으로 더욱 왕성하게 나타나지 않으면 대한민국은 지금까지 발전해 온 역동성을 잃고, 성장 동력이 크게 떨어질 것은 자명하다.

사회와 정부의 인식변화도 시급하다. 노인들이 “우리도 충분한 능력이 있다. 일할 기회를 제공해야 한다”고 외친들 인식이 바뀌지 않으면 변화는 일어나기 어려울 것이다. 대한노인회는 부양만 받아오던 과거의 인습을 과감히 떨쳐버리고 모두가 역동적으로 뛰고 있다. 중앙회엔 취업본부를 두고 하부조직으로 전국 245개 지회마다 취업센터를 둬 노인 일자리 창출을 위해 팔을 걷어붙이고 있다.

고고한 백조가 물 위에 우아하게 떠 있지만, 물 밑에서는 그 자태를 유지하기 위해 열심히 물질을 하고 있는 물갈퀴의 역할을 잊어서는 안 된다.

이심 대한노인회 회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