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경 문지방 넘기] 잠시 머물 헌 집, 영원한 새 집

입력 2011-09-01 18:08


어렸을 때 흙장난을 하면서 “두껍아 두껍아 헌 집 줄게 새 집 다오”하고 노래를 불렀습니다. 물론 그 의미도 모르면서 불렀지요. 나중에 성경을 읽으면서 그 노래의 의미를 깨달았습니다.

구약의 전도서는 마지막 12장에서 노년의 상태를 여러 가지 비유로 묘사하고 있습니다. “집을 지키는 자들이 떨 것이며 힘 있는 자들이 구부러질 것이며 맷돌질하는 자들이 적으므로 그칠 것이며 창들로 내다보는 자가 어두워질 것이며 길거리 문들이 닫혀질 것이며 맷돌 소리가 적어질 것이며 새의 소리로 말미암아 일어날 것이며 음악 하는 여자들은 다 쇠하여질 것이며….”(전 12:3∼4) 집 지키는 자들은 ‘두 팔’을 가리키고, 힘 있는 자들은 ‘다리(혹은 허리)’, 맷돌질 하는 자는 ‘이빨’, 창들로 내다보는 자는 ‘눈’, 길거리 문은 ‘귀’, 음악 하는 자는 ‘목’을 가리킵니다.

여기에서 눈에 띄는 것은 신체를 모두 집 안에 있는 사람이나 건축물로 비유하고 있다는 점입니다. 집 지키는 자는 문지기, 힘 있는 자들은 집안의 머슴들, 맷돌질하는 자들은 집안의 여종들을 가리킵니다. 다 집안에서 일하는 사람들입니다 그리고 창이나 길거리로 난 문도 역시 집과 관련된 것입니다. 사람의 신체를 하나의 집으로 간주하고 있는 셈입니다.

전도자는 인간의 육신을 ‘집’으로 비유하면서 육신의 집이 낡아서 허물어질 때가 있다는 사실을 실감나게 보여주고 있습니다. 이렇게 육신의 집이 허무하게 무너져 가는 모습을 보여준 후에 전도자는 의미심장한 말 한마디를 슬쩍 던져줍니다. “사람이 자기의 영원한 집으로 돌아가고”(전 12:5)라는 말씀입니다.

‘영원한 집’이라는 말에 주목해야 합니다. 육신의 집이 잠시 머물 집이라면 영원한 집은 영원토록 머물러야 할 집입니다. 육신의 집은 언젠가는 허물어지고 말지만 영원한 집은 결코 허물어지는 법이 없습니다. 인간은 누구나 육신의 집이 허물어지면 영원한 집으로 돌아가야 합니다. 이 영원한 집이 무엇인가요? 우리는 이 땅에서 영원한 집에 돌아갈 준비를 충분히 하고 있는가요? 전도자는 독자들에게 이 질문을 던지고 있습니다.

이제 글의 첫머리에서 말했던 두꺼비 노래를 다시 한 번 생각해 봅시다. “두껍아 두껍아 헌 집 줄게 새 집 다오”에서 헌 집은 무엇이고 새 집은 무엇입니까? 전도서의 결론에 의하면 헌 집은 우리 인간의 육신을 뜻하고, 새 집은 우리가 돌아가야 할 영원한 집을 뜻합니다. 사도 바울은 “땅에 있는 우리의 장막 집이 무너지면 하늘에 있는 영원한 집이 우리에게 있는 줄 아느니라”(고후 5:1) 하고 말합니다. ‘헌 집 줄게 새 집 다오’라는 말 속에는 우리가 육신의 집을 벗어버렸을 때 하늘나라에서 영원한 새 집을 얻게 해 달라는 염원이 담겨 있습니다.

어렸을 때는 그 의미도 모르면서 두껍이 노래를 불렀는데 전도서를 읽으면서 비로소 그 뜻을 알게 되었습니다. 어거스틴이 여자아이가 놀면서 부르는 ‘집어서 읽어라’는 노래를 듣고 완전한 회심을 했듯이 어느 날 제게는 ‘두껍아’ 노래가 영원한 새 집을 사모하는 전도서의 가르침으로 들려왔습니다.

오종윤 군산 대은교회 목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