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신도 신학강좌] 교회의 역사
입력 2011-09-01 19:43
청교도운동의 공과
먼저 청교도운동의 긍정적인 요소는 다음과 같다. 첫째는 불의와 타협하지 않는 신앙고백적 신앙이다. 교회의 신앙문제뿐 아니라 국가의 정치문제에 있어서도 하나님의 정의에 거슬릴 때는 결코 타협하지 않는 순교자적 신앙을 고수한다. 한국교회가 일제 치하, 공산 치하, 독재 치하에서도 굴하지 않고 정의를 외치는 신앙을 가졌던 것은 바로 청교도주의적 신앙의 요소 때문이라고 말할 수 있다.
두 번째는 신정정치를 실현하는 예언자적 신앙이다. 이 땅을 떠난 ‘저 세상적’ 신앙보다 역사 속에서 하나님의 신정정치를 실현하기 위해 예언자적으로 활동하며 시온주의적 천년왕국을 건설하려는 신앙운동이다. 죽어서 가는 영원한 미래의 천국을 믿으면서도 청교도들은 칼뱅의 제네바시의 사회적 성화운동과 신정정치의 이상을 본받았다. 그래서 미국을 제2의 이스라엘로 생각하여 시온사회를 건설하겠다는 시온주의적 천년왕국운동을 펼쳤다.
셋째는 자본주의를 발전시킨 신앙이다. 칼뱅이 주창한 ‘율법의 제3의 용법’을 중요하게 생각하여 구원의 확신을 얻기 위한 성화생활을 위해 엄격한 금욕적 윤리생활과 부지런한 청지기 생활을 강조했다. 이를 위해 건전한 직업 활동을 장려했다. 이는 자본주의적 정신과 일치해 궁극적으로 자본주의를 발전시켰다.
넷째는 신앙과 선행을 이원화시키지 않은 운동이다. 신앙지상주의를 넘어 사랑으로 역사하고 행함으로 살아 있는 믿음과 성숙해지는 믿음을 갖는 것을 강조한다. 경건한 삶의 수련을 통한 성화를 이루기 위해 선행이 강조되는 것이다. 청교도들은 하루에 얼마나 많은 선행을 행하였는지를 점검하는 일기를 쓰기도 하였다. 오늘날 한국 개신교회들이 이러한 청교도적 선행을 너무 무시하고 신앙제일주의를 강조하는 것은 큰 문제다. 건전한 기독교적 문화·경제·정치를 한국사회 속에 만들지 못하고 있다는 큰 약점을 한국교회가 갖고 있다.
다음은 청교도운동의 부정적인 요소이다.
첫째는 운명주의적 신앙이다. 칼뱅의 예정론을 지나치게 강조함으로 운명적 역사관과 인생관을 갖게 한다. 한국교회의 숙명적 요소는 바로 이러한 칼뱅적이며 청교도적인 신앙 때문이다. 무교적 팔자 타령식 한국인의 심성은 칼뱅적·청교도적 예정신앙을 잘 받아들이는 요소가 되었다. 그러나 한국교인들에게는 내일의 진취적인 꿈을 갖는 역사성보다는 “주님의 뜻대로 살지요”라는 비관적 운명성을 갖는 경우가 더욱 많다. 나를 향하신 주님의 뜻과 경륜을 발견하였으면 그것을 이루기 위하여 열심히 자유의지를 갖고 노력하는 역사적인 신앙인이 되어야 한다. 그러나 한국인들은 그렇게 하지 못했다.
둘째는 율법주의적 경향으로 율법을 강조하는 것은 좋으나 지나쳐서 엄격한 율법주의적 신앙을 만드는 것은 문제다. 율법이 성화를 이루는 채찍질이 되기보다 남을 정죄하고 자기 의만을 드러내는 바리새인적 잣대가 되고 있다. 한국교회는 주초문제와 관련, 술과 담배에 대한 절제운동을 벌이면서 자기 의를 드러내고 남을 정죄하는 율법주의적 신앙을 형성하였다.
셋째는 배타주의적 경향이다. 엄격한 신앙고백으로 타협하지 않는 것이 지나쳐 남과 화해하지 않고 자신의 신앙스타일과 조금만 달라도 이단시하거나 사이비로 정죄함으로써 교회 분열을 조장한다.
넷째는 지성적 요소는 강조하지만 감성적 요소는 배제하는 신앙이다. 지성적 신앙고백을 강조함으로 민중들 속에 신앙부흥을 일으키는 감성적 요소가 없다. 따라서 18세기 영국에서 청교도주의는 광부와 농부 같은 민중들에게 영향력을 나타내지 못했다. 대신 이들에게는 감리교의 경건주의적 감성적 신앙운동이 큰 영향력을 행사하게 되었다.
김홍기 총장 청교도운동의 공과 (감리교신학대학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