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원칙없는 밀실 후보 단일화 경계해야

입력 2011-08-31 19:10

곽노현 서울시교육감의 후보 매수 의혹사건을 계기로 각종 선거에서 유행처럼 행해지는 후보 단일화 문제가 정치권의 쟁점으로 부상했다. 민주당을 중심으로 한 야권에서도 내년 총선과 대선에 대비해 정당끼리 서로 합치려는 움직임이 활발하다. 단일 후보를 내세워 거대 정당 한나라당을 물리치자는 것이 목표임은 말할 나위도 없다.

김대중 전 대통령과 김종필 자민련 총재가 뜻을 합한 이른바 DJP연합은 야당들이 뭉쳐 정권을 창출한 대표적 사례다. 절대로 합쳐질 것 같지 않은 두 사람이 대선을 앞두고 뭉쳐 승리했다. 약속에 따라 장관직을 나눠 갖고 김 총재는 국무총리를 차지해 2인자 역할을 했다. 곽 교육감도 구속된 박명기 서울교대 교수와 후보 단일화에 극적으로 성공해 수도 서울의 교육 수장이 됐다.

그러나 후보 단일화는 원칙이 없을 경우 이번 곽 교육감 사건에서 보는 것처럼 치명적인 과오를 낳는다. 사퇴의 조건으로 선거비용 등을 충당해주는 것은 범죄행위인데도 당사자들은 죄의식을 느끼지 못한다. 당선된 뒤에도 협조한 사람들에게 자리를 보장하기 위해 적재적소 인사를 하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

협조한 소수정당을 위해 정책특보, 정무특보 등 역할이 불분명한 자리를 양산해 예산을 낭비한다는 지적도 있다. 무엇보다 직업공무원으로 짜여져 있는 행정조직이 있는데도 불구하고 여러 정파들의 대표가 모인 정책협의회란 이름으로 된 기관이 별도로 존재해 행정의 일관성과 통일성을 유지하지 못하는 경우도 있다. 승리를 위해 협조한 대가가 작지 않다는 것이다.

선거 승리를 위해 후보 단일화를 할 수도 있다. 그렇지만 오로지 승리만을 위해 이념이나 정강정책을 무시한 채 밀실에서 후보를 통일하는 것은 당당한 태도가 아니다. 더욱이 이번 사건처럼 돈을 매개로 경쟁자를 사퇴시키고 표를 얻는 것은 지탄받아야 할 정치문화다. 후보끼리 당당히 겨루는 것이 원칙이고 단일화를 하더라도 원칙을 지켜가는 의연한 자세를 보여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