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제명하랬더니 1개월 출석정지시킨 여야
입력 2011-08-31 21:32
여대생 성희롱 발언으로 말썽을 빚은 무소속 강용석 의원은 지난 5월 1심 재판에서 징역 6개월에 집행유예 1년을 선고받았다. 의원직 상실형에 해당한다. 대법원 확정 판결이 난 것은 아니지만, 강 의원에게 주어진 국민의 대표 자격은 이때 없어졌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것이다.
그러나 여야 의원들의 판단은 달랐다. 우여곡절 끝에 강 의원에 대한 제명안이 어제 국회 본회의에서 부결돼 사실상 4년 의원직 임기를 보장받았다. 제명안에 찬성한 의원은 111명. 제명안 통과에 필요한 재적의원 297명 중 3분의 2인 198명에 훨씬 못 미치는 숫자다. 반대한 의원은 134명으로 찬성보다 많았다. 국회는 대신 9월 한 달간 강 의원에게 국회를 출석하지 못하도록 하는 안건을 상정해 통과시켰다. 여론은 제명하라는 것이 다수였으나, 국회의원들은 1개월 출석 정지라는 경징계가 적합하다고 본 것이다.
인권에 관한 여야 의원들의 의식수준이 얼마나 저급하고, 국회의 자정기능이 얼마나 취약한지 그대로 보는 듯해 씁쓸하다. 앞서 한나라당이 강 의원을 출당시킨 것이나, 국회 윤리특위가 강 의원 제명안을 처리한 것 모두가 거센 여론을 비켜 가려는 꼼수였다는 생각마저 든다. 얼굴을 제대로 들고 다니지도 못하는 강 의원이 의원직을 유지한다고 앞으로 국정을 위해 무슨 일을 할 수 있겠는가. 성희롱 재판에 대비하라고 세비를 대주는 꼴 아닌가. 또 강 의원에게 상처를 받은 약자들은 여야 의원들의 이번 결정으로 다시 한번 상처를 받게 됐다. 아무리 동료의원이라지만 사회적 공분을 불러일으킨 강 의원에게 면죄부를 쥐어준 여야는 비난받아 마땅하다.
가장 큰 책임은 당론을 정하지 않은 채 의원 자유투표에 맡긴 한나라당에 있다고 할 것이다. 민주당과 민주노동당이 “한나라당이 과거 같은 당 소속이었던 강 의원을 감싼 결과”라고 비판한 이유도 여기에 있다. 민주당 책임 또한 없지 않다. 강 의원 제명안은 당초 6월 국회에서 처리될 예정이었으나 처리를 연기하자는 한나라당 요청을 민주당이 슬그머니 받아들여 차일피일 미뤄졌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