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현주 사모 가정 가보니 “내 이름은 홀사모… 학비·생계, 기도만으론 벅차요”
입력 2011-08-31 19:13
목회자인 남편을 잃은 사모를 홀사모라 부른다. 자녀와 성도 앞에서 태연하기 위해 발버둥치지만 홀로 생계를 책임져야 하는 삶은 처절하기까지 하다. 2004년 12월 폐암으로 남편을 먼저 보낸 이현주(49) 사모는 홀사모의 삶을 그대로 말해준다.
“감신대 82학번인 남편 김태현 목사는 성도 50명의 작은 교회를 사랑했던 분입니다. 교회 리모델링 비용이 많이 나오자 2003년 10월 인건비라도 아끼겠다며 무리하게 공사에 참여했던 게 화근이었던 것 같아요.”
어느 날 설교를 하는데 김 목사의 발음이 어눌했다. 대형 병원에 가보니 폐암 말기 판정이 나왔다. 2004년 6월 항암치료에 들어갔고 11월 뇌까지 암세포가 퍼졌다.
“여보, 나 기도원에 가서 기도하고 싶어. 목사가 병원에서 마지막을 보낼 수는 없잖아.” 12월 20일 충남 당진의 기도원으로 향했다. 그리고 다음날 아침 옷을 입다가 쓰러졌다. 그게 45년 인생 마지막 날이었다.
“막상 임종 앞에 서니 차분해지더군요. 사실 가장 큰 걱정은 교회 성탄절 행사였습니다. 작은 교회 형편상 저와 두 아이가 빠지면 성탄절 행사가 정지되거든요. 우리 가족 때문에 교인들이 슬픈 성탄절을 보낼 수는 없잖아요.”
그때 이 사모는 41세였다. 장녀는 중학교 1학년, 막내아들은 초등학교 6학년이었다. 남편도 없는데 교회 위층 사택에서 1년 넘게 산다는 게 눈치 보였다. 고심 끝에 2006년 교회를 옮기고 인천 도림동 임대아파트에 들어갔다. 직업전선에도 뛰어들었다. 40군데에 이력서를 냈고 여행사 행정보조, 아파트 공사현장 사무실, 노인복지시설 보조원 등을 전전했다. 월급은 100만원이 전부였다. 그나마 남편이 교단 연금에 가입돼 매달 20만원이 나왔다.
“측은하게 걱정해 주는 게 오히려 거북했어요. 일반 회사도 남편이 사망하더라도 전적으로 도와주는 건 아니잖아요. 홀사모가 너무 교회를 의지하려는 것은 맞지 않다고 봐요.”
학비문제가 가장 컸다. 한 학기에 납부해야 할 등록금이 800만원을 훌쩍 넘었다. 고맙게도 장녀는 장학금을 받아왔다. 막내는 남편이 시무하던 교회 교인이 책임졌다. “하나님이 어떻게든 채워주시는 경험을 해요. 하지만 요즘은 경기가 안 좋아 직장이 위태위태해요. 상패 제작업체가 워낙 경기에 민감한 곳이거든요.”
목회자유가족돕기사랑나눔운동본부는 지난달 24일 수원대에 재학 중인 장녀 김영솔(20)씨 등 22명에게 장학금 2500만원을 지급했다. 이 사모 가정을 방문한 김진호 운동본부 대표는 “홀사모 가정은 한국교회의 사각지대로 강도 만난 이웃과 같다”면서 “장녀 김씨에게 장학금이 계속 지급하도록 힘쓰겠다”고 약속했다.
인천=백상현 기자 100sh@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