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태그플레이션’ 경고음… 물가 고공행진 산업생산은 멈칫
입력 2011-08-31 18:42
경기에 대한 불안감이 커지고 있다. 미국·유럽 재정위기로 촉발된 대외 불확실성이 무겁게 짓누르고 있는 데다 이미 산업생산 증가세가 주춤하며 성장동력이 둔화되는 조짐이 뚜렷해지고 있다.
여기에 물가는 적신호다. 태풍과 장기간 이어진 호우 피해로 예상을 웃도는 수치가 나올 수 있다. 이 때문에 우리 경제가 높은 물가상승과 경기침체가 맞물리는 스태그플레이션에 빠질 수 있다는 경고마저 나온다.
통계청이 31일 발표한 7월 산업활동 동향에 따르면 광공업 생산이 지난해 같은 달보다 3.8% 증가했지만 전월 대비로는 0.4% 감소했다. 광공업 생산이 전월보다 줄어들기는 지난 4월(-1.7%) 이후 석 달 만이다. 전년 동월 대비로는 25개월째 상승했으나 증가 폭은 지난해 9월(2.9%) 이후 가장 낮았다.
다만 경기상황을 보여주는 지표는 3개월째 동반 상승했다. 현재 경기를 보여주는 동행지수 순환변동치는 전월보다 0.3포인트 올랐고, 향후 경기국면을 예고하는 선행종합지수 전년 동월비도 0.3% 포인트 상승했다.
기획재정부는 산업생산 감소가 일시적·계절적 요인이라고 판단한다. 하지만 불안은 잠복해 있다. 당장 경기선행지수가 다음 달 하락 반전할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정규돈 통계청 경제통계국장은 “경기선행지수를 구성하는 항목 중 이미 통계치가 나온 소비자기대지수와 주가지수 등으로 추정하면 8월 선행지수는 7월보다 하락하는 것으로 나타났다”고 했다.
지난달 물가는 7월 소비자물가 상승률 4.7%를 뛰어넘어 5%에 육박할 조짐이다. 임희정 현대경제연구원 연구위원은 “7월 산업지표에는 최근의 대외여건이 반영되지 않았다. 하반기로 갈수록 소비와 투자를 중심으로 당초 예상보다 더 경기가 안 좋아질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하반기 우리 경제의 경기 흐름이 어디로 갈지는 수출이 쥐고 있다고 본다. 상반기에는 수출이 경기회복을 주도했다. 하반기 전망은 밝지 않다. 재정위기가 확산되면 선진국 경기 둔화, 신흥국 수출 침체, 글로벌 경기 악화라는 악순환에 빠지게 된다.
이미 미국·유럽의 경기 체감지수는 동시에 급락했다. 미국 뉴욕에 있는 콘퍼런스 보드는 30일(현지시간) 지난달 소비자신뢰지수가 44.5로 전월에 하향 수정한 59.2보다 크게 떨어졌다고 발표했다. 유럽연합(EU) 집행위원회는 유로권 17개국 경기체감지수가 98.3으로 전월보다 4.7포인트 내려앉았다고 밝혔다. 6개월째 하락세다.
김찬희 기자 chkim@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