日 원전 근로자, 작업투입 일주일만에 백혈병 사망… 방사능 피폭 확인안돼

입력 2011-08-31 21:24

도쿄전력이 3·11 동일본 대지진 후 방사능 유출 사고를 겪은 원자력 발전소에서 작업한 지 일주일 만에 근로자가 급성 백혈병으로 사망한 사실을 뒤늦게 발표해 물의를 빚고 있다.

31일 산케이와 마이니치신문 등 일본 언론에 따르면 후쿠시마 제1원전 운영사인 도쿄전력은 지난 16일 40대 원전 근로자가 급성 백혈병으로 사망했다는 사실을 30일 공식 발표했다.

도쿄전력은 “사망한 근로자는 지난 8월 초부터 일주일가량 원전 내부에서 방사선 관리 등의 업무를 담당했다”며 “근무 중 건강에 이상을 느껴 병원을 찾았고 바로 급성 백혈병 진단을 받았다”고 밝혔다.

도쿄전력은 이번 사망 사건이 피폭 때문이 아니라고 적극 해명했다. 남성에게 노출된 방사능 수치가 백혈병을 일으킬 만한 수준이 아니라는 것이다. 도쿄전력이 공개한 자료에 따르면 사망한 근로자는 단순 피폭선량을 나타내는 ‘외부 피폭’ 검사에서 0.5m㏜(밀리시버트) 수준의 낮은 수치를 보였고 이보다 치명적인 체내 피폭량을 나타내는 ‘내부 피폭’은 전혀 없었다.

도쿄전력은 해당 남성이 급성 백혈병에 대한 후생노동성의 산업재해 기준을 충족하지 않기 때문에 병력 추적 조사를 더 이상 진행하지 않겠다고 밝혔다. 후생성은 연간 5m㏜ 이상의 피폭과 잠복기간 1년 등의 조건을 충족했을 때 급성 백혈병을 산재로 인정한다고 도쿄전력은 전했다.

하지만 이번에 사망한 근로자가 원전 근무 이전 건강검진에서 백혈구 수치가 정상이었던 데다 작업 투입 일주일 만에 사망했다는 사실은 의혹을 증폭시킬 만한 대목이다. 때문에 일본 네티즌들은 “건강했던 사람이 작업에 투입되자마자 죽었는데 그 사실을 보름이 지나서야 알리는 것은 비상식적이다”며 도쿄전력의 늑장 발표에 의심의 눈길을 보내고 있다.

신은정 기자 sej@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