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세계육상] 별들은 뜨고 지고… 흥미진진한 ‘달구벌 드라마’

입력 2011-08-31 21:25

‘화무십일홍(花無十日紅)’이라고 했던가.

31일로 정확히 반환점을 돈 2011 대구 세계육상선수권대회에서도 어김없이 지는 별과 새롭게 뜨는 별이 나타났다.

이번 대회에서 가장 충격을 던진 스타는 ‘지구에서 가장 빠른 사나이’ 우사인 볼트(25·자메이카)였다. 볼트는 대회 이틀째인 28일 저녁 남자 100m 결승에서 총성이 울리기도 전에 출발해 실격, 전 세계를 경악하게 만들었다. 볼트는 또 한 번만 부정 출발을 해도 바로 실격하도록 엄격하게 바뀐 국제육상연맹(IAAF) 규정의 희생양이 됐다.

볼트와 함께 이번 대회에서 가장 주목을 끈 ‘미녀새’ 옐레나 이신바예바(29·러시아)는 추락했다. 세계기록만 무려 27개(실외 15개·실내 12개)를 작성했고 여자 선수로는 유일하게 5m의 벽을 넘었던 이신바예바는 30일 결승전에서 4m65에서 더 이상 올라가지 못하고 주저앉았다. 메달 순위에도 들어가지 못한 이신바예바는 여자 장대높이뛰기 최강자에서 불명예 은퇴를 걱정해야 하는 처지로 내몰린 상태다.

남자 5000m와 1만m의 최강자 케네니사 베켈레(29·에티오피아)은 1만m에서 사상 최초의 세계대회 5연패에 도전했지만 결승에서 15바퀴째를 돌다 기권, 흐르는 세월의 무게를 견디지 못했다. 베켈레는 5000m도 예선에 앞서 기권하며 쓸쓸히 짐을 쌌다.

스타들이 몰락한 틈은 새로운 신예들이 메웠다. 볼트가 실격된 아픔을 겪는 사이 남자 100m의 타이틀은 훈련 파트너였던 요한 블레이크(22·자메이카)에게 돌아갔다. 남자 110m 허들에서도 로블레스와 류샹이 다투는 사이 메달은 옆에서 조용히 달리던 제이슨 리처드슨(25·미국)에게로 돌아갔다.

새로운 미녀새로는 파비아나 무레르(30·브라질)가 등극했다. 무레르는 이신바예바를 제쳤을 뿐 아니라 조국 브라질에도 세계대회 사상 첫 금메달을 안겼다. 베켈레가 내려간 장거리의 황제는 남자 1만m에서 우승한 팀 동료 이브라힘 제일란(22·에티오피아)이 차지했다.

대구=모규엽 기자 hirte@kmib.co.kr